# 2017-09-11
의과대학강당에서 인문학 강의를 했다.
이 병원에 34년 째 근무하고 있지만
의대강당에서 강의를 해 보는 건 처음이라
감개가 무량하였다.
주최는
우리 병원 간호부
행사명은
‘간호부 중간관리자 대상 인문학 초청특강’
대상은
‘간호과장 및 선임간호사 이상’
강의 제목은
‘사람의 외모로 내면을 판단할 수 있는가?’
주제는
‘사람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 볼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다룬다.
강의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몰 때
강의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신바람 나는 강의와
중간에 딱 때려치우고 싶은 강의.
그것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강의 중 나타나는 청중의 태도 및 reaction에 의해.
꽉 채운 60분 동안
한 명도 졸지 않았고,
눈동자는 스크린과 나로부터 떠날 줄을 몰랐고
Reaction은 유쾌했다.
참으로 신바람 나는 강의였다.
한마디로 훌륭한 청중을 만난 것이다.
# 2017-09-12
다음날 오전 간호부장이
감사의 뜻으로
뚤레쥬르 수제 전병 한 세트를 보내왔다.
# 2017-09-14
11일 있은 강의 다음날부터
식당을 오가는 복도에서 만나는 간호사들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평소에는 서로 그냥 목례만 하고 지나쳤는데
그 날 강의를 들은 사람들은
내가 전혀 모르는 얼굴들도
환하게 웃으며
큰 소리로 인사하며 지나간다.
‘교수님 강의 너무 재미있었어요’
아니면
‘교수님 강의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공퉁적으로 안 빠뜨리는 말이 하나 있었다
‘교수님 목소리에 반했어요’
# Epilogue
남자는 여자보다 시각이 예민하고
여자는 남자보다 청각이 예민하다.
하여
남자는 미인 앞에서 똥 오줌을 못 가리고
여자는 목소리 좋은 남자, 노래 잘 하는 남자,
달콤한 속삭임을 잘 하는 남자에게
속절없이 넘어간다.
마치 이브가 못생긴 뱀에게 넘어간 것처럼.
(만약 암 뱀이 아담에게 접근해 속삭였다면
바로 잡아 먹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성의 비율이 높은 청중을 좋아한다.ㅋㅋ
그런 점을 떠나서라도
강의나 설교를 주업으로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목소리는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에게 지급되는 개인 화기(火器)나
마찬가지다.
나는 그야말로 최고 성능의 화기를 지급받은 것이다.
그런 선물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 하나님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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