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사람 사는 이야기 (023) 횡성 먹방 이야기 4 떠나는 아침 삼계탕

白鏡 2017. 8. 20. 08:22

2017-08-14 아침

 

오늘은 부산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먼길 떠난다고

형수님이 아침부터 삼계탕을

 푹 고아놓으셨다.

 

얼마나 먹음직 스러운지.

 

젓갈이 네 종류인데 다 독특하고 맛있다.

 

처음먹어보는 오이고추는

대왕고추라 할 만큼 큰데

 

원래 키 큰넘 치고 안 싱거운 넘 없다던 아버지 말씀과는 달리

아삭 아삭한 식감과 함께

맛이 있다.

 

지난 이틀간 생각해보니

참으로 왕같은 대접을 받고간다.

 

이제 작별의 시간

 

차 트렁크에는

수수 네자루(한자루16개들이)에 각종 야채에


난생 처음 보는 야구방망이 같이 생긴 노란 노각에

1800 cc 짜리 내 차 트렁크가 가득하다.

 

또다시 눈시울을 적실까

얼굴 보는둥 마는둥 후딱 인사하고

 

시동걸고 모질게 출발하면서

 

'두분 오래도록 건강하시라요'

라고 속으로만 삭였다.

 

오는 길에 황둔 근처 길가에서 아내가 옥수수 세 자루를 더 사서는

 

흐뭇한 표정으로

주변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것 계수하느라 혼자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