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12-22 금요일 오후 6시 해운대 금세연(今世緣)
이 날은 우리 초음파실 망년회 날이다.
원래 예약은 16명으로 잡았는데
당일 부모님 우환으로 두 명이 빠지고14명이 참석했다.
우리 방 망년회 날은
내 밑에서 직원으로 함께 했던 사람들은 다 모인다.
병원 내 다른 센터로 분사되어 나간 사람들,
재단 산하 다른 병원으로 간 사람들,
병원을 떠나 다른 직종으로 옮긴 사람들까지,
한 명도 빠짐없이,
이런지 어언 34년이 되었다.
이래서인지 일부 몰지각한(?, ㅋㅋ)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마피아) 'Han's Family'라 부르기도 한다.
팀장의 사회로 순서가 시작되었다.
먼저 Family boss인 나의 인사 순서.
"여러분, 다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고
특히 구 선생, 먼 길 마다 않고 와 주어 고맙습니다.
시간은 어김없이 가네요, 한 해가 왜 이리도 빨리 가는지.
시간은 나이만큼 빨리 간다는 말이 갈수록 실감이 납니다.
올 해 망년회는 참으로 뜻 깊은 망년회가 될 것 같습니다.
공식적으로 여러분과 함께하는 망년회는 오늘이 마지막이 될테니까요.
이사를 갈 때 우리는 결정할 것이 세가지 있지요
남기고 갈 것과 버리고 갈 것, 그리고 가지고 갈 것.
이제 며칠만 지나면 누구나 내년이라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모두 한 집에서 방만 옮기면 되지만
나는 그 동안 35년간 살던 집을 떠나
제2의 인생이란 미지의 세계로 이사를 갑니다.
그래서 요즈음 부지런히 버리면서 집을 비우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에게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를.
그것은 아마도 나와 함께했던 추억을 남기고 가겠지요.
그리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간직하고 갈 것인지를.
그 것 역시 그 동안 여러분과 함께한 추억이겠지요.
그리고 우리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시 만날지 모르지만
우리는 이 추억이라는 창을 통해 서로 소통할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다같이 모여 함께 하는 오늘 이 순간은
또 한 장의 추억 페이지를 끼워 넣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나는 오늘
여러분에게 보다 기억에 남는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예년과 달리 나름대로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우선 오늘 우리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 집을 통째로 빌렸구요.
둘째는 그 동안 업체나 기관으로부터 받은 잔잔한 선물들,
언젠가 써야지 하며 내 방 서랍들 속에 묵혀둔 물건들 다 꺼집어 내어
오늘 여러분 모두에게 줄 선물로 들고 왔구요,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의 흥을 돋우기 위해 기타와 노래책을 준비 해 왔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나에게 무얼 주느냐?
이 집 주인장이 정성스레 차려놓은 음식 맛있게 싹 다 비우고
이 집에 있는 술 싹 다 마시고
그리고 매일 함께 일하는 가족 같은 동료들과
서로 감사의 마음과 따뜻한 정을 나누면서
오늘 하루 마음껏 흥겹게 즐기는 겁니다.
그것이 오늘 여러분이 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동무들! 알겠지비?
"옙~~~~~~"
이상! 끝~~~~~!"
이어서 세 사람의 건배사,
일 년 동안 있었던 공적 사적 대소사 보고(報告) 등
공식 일정이 끝나고 즐거운 만찬시간.
다른 이자까야나 일식집에선 잘 맛 볼 수 없는
집 반찬 같으면서도 독특한 메뉴와 함께
이 날 우리 모임을 위해
주인장께서
직접 철마에 가서 잡아온 큰 오리 네 마리에
한약제 14가지를 넣고 푹 고은 건강만점 특제 '오리탕'까지
다들 맛있게 먹고 즐겁게 담소하며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행복하다.
'아이고, 내 새끼들~~'
차려진 음식 접시에 젓가락질이 뜸해질 무렵
준비해온 초들을 맥주잔 뒤집어 그 꽁무니에 올리고
기타 옷 벗기고, 조명 낮추고, 소주병 안에 숟가락 꼽아서 마이크 세팅하고
파티모드로 전환.
기타 반주와 함께 나의 선창으로
동요와 주옥 같은 7080 노래를 다같이 합창.
'얼어 붙은 달 그림자~~'의 등대지기,
'뜸북 뜸북 뜸북새~~'의 오빠생각,
'푸른 하늘 은하수~~'의 반달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의 두 개의 작은 별,
로 시작해
흥겨운 노랫가락
'조개 껍질 묶어~~'의 라라라 송과
'닭장 속에는 암탉이~~'의 동물농장으로 합창을 마무리 했다.
다음으로는 장기 자랑 순서.
먼저 포장된 상품을 진열해 놓고 상품목록을 불러 준 후
노래를 하든 춤을 추든 개그를 하든 무얼 하든 하나 하고 나면
자기가 원하는 물건 하나 마음대로 골라 가고 그 자리에서 개봉하기로 했다..
자기가 갖고 싶은 물건 타 가려면 남보다 빨리 나와야 한다.
그러니 안 나오려고 삐쭉 거릴 시간이 없다.
일사천리로 진행
(중간에 찍은 사진이라 상품이 얼마 없다)
마지막으로 오부리 타임.
노래 부르고 싶은 사람은
미리 나눠준 내가 만든 노래 가사집(동요~5060~7090까지) 중에서 한 곡을 골라
오부리 비 천원(이상)을 내고 신청하면
나가시 밴드인 내가 어떤 키로 부르든 반주를 한다.
만일 반주를 제대로 못하면 돈 도로 돌려주고,
이렇게 즐거운 시간 보내다 문득 시계를 보니 11시가 넘었다.
한 자리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섯 시간을 보낸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오부리 모은 돈에 김실장이 내 놓은 찬조금을 합하여
다들 택시비 만원씩 나누어 주고 창원서 온 구 선생에게는
만원짜리가 모자라 바꾸지 못한 오만 원짜리 한 장을 주었다.
대리기사가 오고
문 앞에 대기한 차에 오르니
다들 둘러 서서 '안녕히 가십시오' 조심해 가십시오'
하며 고개를 숙인다.
차창을 내리고 손을 흔드는 사이 차는 출발했다.
이런 단체 배웅을 받는 것도 오늘로 마지막이겠지………...
차 속에서 눈을 감으니
기분 좋은 피로와 취기가 올라 오면서
이들과 나눈 지난날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고마운 사람들과 함께한 행복한 시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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