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이(026-2) 출판기념회, 제2막 사회자의 힘
기념식 시작시각은 오후 5시. 약속대로 정확히 오후 네 시에 도착하니 벌써 접수대에는 우리 초음파실 요원들이 책을 쌓아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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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작업복에 가운 걸친 모습만 보다가 한껏 단장하고 차려입은 여직원들을 보니 다들 어쩌면 그렇게 예쁘게 보이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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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내려온 사회자와 마이크, PT 자료, 스크린 크기 및 빔 프로젝터 조도 등을 점검하니 모든 것이 완벽하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지도 않은 문제가 생겼다. 방명록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결혼식을 치르는 장소 같으면 당연히 방명목이 있어야 하고 사전에 이에 대해 확인 했다고 생각하는데 실무자는 내가 그에 대해서는 일절 말이 없었으며 마침 오전에 결혼식이 있어서 다 떨어졌다는 것이다. 누구 말이 맞는지 따질 시간은 없다. 우리 직 원 아이디어대로 한 사람에 A4용지 한 장씩 쓰게 하자로 결론내었다.
5시 반이 되자 손님들이 들이닥친다. 정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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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경기도에서 내려온 참으로 오랫 만에 보는 고등학교 때 친구들, 교회를 떠나 서로 헤어졌던 반가운 교우들, 한동안 보지 못한 제자들….식장이 다 차서 복도쪽으로 테이블을 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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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시작해야만 할 시간.
예정보다 십 분쯤 늦게 명 사회자 한승윤의 개회사로 역사적인 기념회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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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는 다름 아닌 내 아들. 하지만 나와는 DNA가 많이 다르다. 부드러운 카리스마, 유머와 윗트, 순발력 등 내가 갖고 싶어하는, 하지만 도무지 가질 수 없는 많은 장점을 두루 갖춘 21세기용 맞춤형 인재. 그런 그가 개회선언을 하자마나 자기자리를 벗어나 온 무대를 휘젓고 다니며 저자소개 부분에 와서는 근엄한 아버지와 그의 아바타 누나를 들었다 놓았다 해가며 청중들이 배를 잡고 뒤로 넘어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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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백미는 그 날 초청연자인 초아선생이 그와 내 장모님과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그 분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셨는데 어려운 일만 있으면 점쟁이인 자기를 찾아와서 답을 찾아갔다는, 우리 목사님 앞에서 해서는 안될 말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주책스럽게 늘어 놓았을 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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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선생이 단상에서 내려가고 나나 집사람이 목사님 생각하면서 낯이 좀 뜨뜨무리 하려던 차 사회자 왈
"우리 외할머니는 기도는 교회 가서 하고 응답은 초아선생님에게서 받은 모양입니다!"
여기서 다들 빵 터졌다, 그리고 그렇게 웃고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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