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이(026-4) 출판기념회, 제4막 뜻밖의 선물
네 분의 회고사에 이어 내가 좋아하는 남성 삼중장단 '헤븐 싱어즈'(Heaven Singers)의 멋진 축하 공연 후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저자의 '작품소개' 순서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순서가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길어져 이미 1시간 40분이 경과한 6시 40분을 지나고 있었다. 난감했다. 나의 스피치 타임을 얼마나 잡아야 하나? 준비한대로 하자니 하객들 배가 고파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서겠고, 너무 줄이자니 (대개의 한국 내 행사가 그러하듯)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주객이 전도 된 기형(奇形)의 행사가 되겠고…
내가 준비한 스피치 내용은 크게 네 가지 파트였다.
1 한 권의 책이 세상 빛을 보기까지 2. 작가의 의도 3 편집의 중요성 4 작가의 변(辯)
어느 것 하나 빼고 갈순 없고, 방법은 하나, 여러 슬라이드 그냥 넘기면서 각 파트마다 핵심만 간단히.
연단으로 나갔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배 많이 고프시죠? '톰소여의 모험'을 쓴 미국작가 마크 트웨인 (Mark Twain)이 여러 가지 명언을 남겼는데 제 기억 속에는 다음의 한마디만 남아있습니다.
'설교시간이 20분을 넘어가면 죄인도 구원받기를 포기한다.'
저는 이 말의 의미를 아들 결혼식 때 뼈저리게 경험한 사람입니다. 주례자 대신 양가부모가 축사를 하기로 한 결혼식이었는데 사돈 쪽에서 나보고 대표로 자기 몫까지 해 달라해서, 널널하게 생각하고 20분을 넘겼다가 난리가 났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20분 안에 끝내겠으니 조금만 참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초고(草稿)를 보여주었던 몇 몇 작가들과 한 출판사의 모멸에 가까운 혹평에 아예 붓을 꺾으려다 어떻게 기사회생하게 되었는지, 국내 서열 1-20위에 드는 출판사들에 출간기획서를 보냈다가 전부 툇자맞고 자칫 사장될 뻔 했던 원고가 어떻게 한 권의 책이 되어 세상 빛을 보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위의 네 분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출판계약 때까지 어떤 고초를 겪었는지 등에 대해 최대한 간단히 설명했다.
"제가 글을 쓸 때 어떤 책이 되기를 지향하면서 썼는지에 대해서는 한 독자가 제게 문자로 보내 온 독후감을 읽어드리는 것으로 대신 하겠습니다. 거기에는 제가 의도했던 요점이 전부 다 들어있거든요. "
"오늘 책이 도착하여 읽기 시작했는데 손을 못 떼고 단숨에 다 읽었습니다!
그만큼 재미도 있고 유익한 책이었던 거지요.
무수히 많은 책들이 읽고 나면 인용하거나 다시 들여다볼 구절들이 몇 줄 없는데
이 책은 골고루 여기저기 그런 구절들이 널려있습디다.
유익하지만 너무 심각함에 빠지지도 않고 곳곳에 키득키득 웃기기도 한 곳도 많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 읽었습니다.
진화생물학자들이 읽으면 뭐라 항변할지 모르겠으나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풀어나간 하나님 설계도의 비밀을 슬쩍 보여주신 점은
인생살이에 있어서 많은 영감과 준칙을 제시하는 것이어서 어두운 밤길에 길 잃은 중생들에게 길을 비춰주는 등불이 되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또한 글자 크기나 행간의 간격도 여유로워서 읽기에도 편하고 페이지당 글자 수도 많지 않고 적당하여 페이지 넘기는데도 수월하여 진도 나가는 데도 부담이 없었습니다.
책상에 앉아서건 침대에 누워서건 흔들리는 차 안에서건 장소를 불문하고
눈도 편하고 마음도 편하면서도 책을 접을 땐 마음 한 켠 진한 여운을 남기네요.
에필로그에 밝히신 겸양의 소회는 이 책을 더욱 빛나게 합니다.
지행합일에 도달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죽을 때까지 거기로 나아갈 따름이지요.
그러나 가는 길에 등불 하나 들고 어두운 길 비춰주는 분들은 지행합일의 완벽을 추구하여 등불 안 켜는 사람보다는 더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두운 길을 걷는 사람 중에도 눈 밝은 자는 있으니까요. 그이들은 그 등불 덕에 낭떠러지에 떨어지지 않고 무사히 올바른 목적지로 도착할 수 있을거니까요.
다시 한 번 출간을 축하드리며 제2의인생이 성공적이 될 수 있기를 기원드립니다."
"이 중 몇 몇 키워드를 뽑아내 보면 그야 말로 저자가 의도한 바가 다 들어있습니다."
2018-09-12
will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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