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사사이(026-6) 출판기념회, 제6막 편집의 힘

白鏡 2018. 9. 14. 06:30

사사이(026-6) 출판기념회, 6막 편집의 힘

 

작품소개는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주방장이 손님에게 음식에 대해 시시콜콜 설명해줄 필요 없다. 손님이 물으면 그저 '다들 맛있다고 난리에요! 그러니 그냥 한 번 드셔보세요." 하고 주방에서 맛있는 냄새만 솔솔 흘려 보내면 된다. 책 또한 독자들 스스로 궁금증이 더해져 하루빨리 읽어보고 싶도록만 만들어 주면 성공이다.

 

다음 순서는 편집의 중요성에 대해서다.

 

"제가 이번에 책을 내면서 뼈저리게 느낀 점 중 하나가 작가에게 있어서 좋은 편집인을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점입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노인과 바다'란 작품을 출판사에 넘기고 책으로 나오기까지 편집인의 요구로 300번 넘게 수정했답니다. 그래서 초고와 마지막 교정본은 거의 다른 작품이 되었답니다, 그리고 그 작품은 노벨 문학상을 탔습니다.

 

제가 첫 초고를 싱글엔 출판사(가명)에 넘겼을 때 그들이 주홍글씨로 '출판불가'란 딱지를 붙이면서 나열한 죄목들을 보면


1양쪽 맞추기도 안하고 꺼뜩하면 제멋대로 문장을 띄워 써 편집하기도 힘들게 만든 죄

2 너무 어렵게 쓴 죄

3 이것이 논문인지 교양서적인지 분간이 안 가게 만든 죄

4 도대체 무얼 주장하려는 건지 모르게 만든 죄

 

참 많기도 하지요?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는지!

하지만 일단 책은 내고 봐야 할 일이라 더럽고 앵꼽지만 '그래, 좋다. 너거들 원하는 대로 해 주께. 그라고 나중에 한 번 보자!' 라며 이를 악물고 고쳤습니다.

 

그러고 나니 내가 봐도 원고가 훤~~해졌어요.

그 덕분에 이 원고들 받아본 더블엔 출판사 송대표께서 '원고의 완성도가 워낙 높아 손 볼 곳이 거의 없겠는데요.' 하고는 자기가 홀라당 꿀꺽했지요.

 

결국 싱글엔 출판사는 죽 쑤어서 남 좋은 일 시킨 셈이 됐고. 그것이 그들로부터 거부 당하고 더블엔과 계약서 도장 찍기까지 40일 동안 이루어진 일입니다. 아무튼 싱글엔 출판사 편집진에 감사드림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계약서 쓰고 초판인쇄까지 두 달 동안 송대표와 함께 또 얼마나 고쳤는지요!.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항목 하나 순서 바꾸기였습니다.

 

원래는 이 책 내용 중 제 일 먼저 나오는 항목이 '많이 보고 많이 배우라' 로서 제 1 부항목인 '자연'이 맨 앞에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많이 복잡하고 어렵고 제일 재미가 없어요.

 

강의를 할 때면 많은 그림(사진)을 동원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 부분이 제일 재미가 있는데 책에서는 그림 한 장 없이 글로만 설명하려니 완전히 반대가 된 거지요. 싱글엔 편집부에서도 책장 들치자 말자 이러니 학을 뗄 만 하지요.

 

그런데 어느 날 더블엔 송대표께서 '교수님, 이 부분과 다음에 나오는 바로 보고 바로 판단하라 부분과 순서를 바꾸면 어떨까요? 논리 전개에 문제가 생길까요?' 라는 게 아닙니까!

 

순간 머리에 번쩍 하고 번개가 친 것 같았습니다.

'그래, 맞아, 내가 왜 진작 이 생각을 못했지?' 15년 동안 항상 그 순서대로 강의를 해 오다 보니 생각이 고착화 된 것이지요.

 

사람들은 누구나 관상에 관심이 많고 내용도 흥미진진 하니 첫 페이지부터 50페이지까지 진도 잘 나가겠네. 게다가 책 제목보고 관상책을 기대하고 보던 독자들의 의표(意表)를 콱 찌르는 재미도 있고.

 

책이 나오고 제 책을 몇 번 읽었습디다. 그런데 볼 때마다 신기합니다.

'이 책 누가 썼지?, ~~ 잘 썼네!' 이거 내가 쓴 거 맞나???'ㅋㅋ',

 

이런 게 바로 편집의 힘이란 걸 알았습니다. 송대표님께 감사 드립니다."

 

2018-09-14

will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