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사사이(026-5) 출판기념회, 제5막 책 한 권의 힘

白鏡 2018. 9. 13. 07:13

사사이(026-5) 출판기념회, 제5막 책 한 권의 힘 

 

"여러분, 어떻습니까? 앞서 읽어드린 글, 참으로 명문이지요?

누가 썼느나? 제 동생입니다.

 

여기서 잠시 집안이야기를 하겠습니다.

10여 년 전 이 못난 형 때문에 저와 동생은 거의 의절하다시피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후 공식적인 집안 행사에서 얼굴 보는 것 외에는 일년 내내 서로 연락도 없이 지내는 사이가 되었지요.


그러다가 이번 출판기념회를 계기로 동생과 화해하고 싶어 초대장을 문자로 보냈습니다. 며칠 후 아주 짤막한 답신이 왔습니다.

 

"출판을 축하합니다. 사정상 기념회 참석은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그래~~ 이제 너하곤 영원히 끝이로구나.

 

그런데 며칠 후 또 문자가 왔습니다.

'사정상'이라는 짧은 표현 때문에 오해가 있을지 모르니 못 가는 이유를 설명하겠다면서 그 동안 여러 가지 병으로 고통 받은 일을 설명하고 현재도 진행형이라 참석 못한다고.


그러면서 말미에 '책은 꼭 사보겠습니다'라 했습니다.

 

아무쪼록 건강 조심하라는 답신을 보냈습니다. 그러고 나서 며칠 후 휴대폰 화면 두 면을 채울만큼의 긴 문자가 왔습니다. 그 내용이 바로 앞서 읽어드린 그 내용입니다.

 

그 문자를 읽는 순간 참으로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제 동생은 법대를 나와서 한 대기업의 보험회사에 입사하여 영업부, 교육부를 거쳐 연수원장을 하다가 정년 퇴직하였습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책을 굉장히 많이 읽었고 그야말로 박학다식 하였습니다.

따져 들고 논쟁하고 비판하는데 아주 능숙하고 아무리 윗사람이라 할지라도 잘못된 것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습니다.



연수원장을 할 때는 대한민국의 내노라 하는 강사들 연자로 초청해다가 그들의 강의를 듣고 평점을 메겨온 사람입니다. 게다가 저와는 감정이 지극히 나쁜 사이입니다,


그런 인사로부터 저런 극찬을 받았으니 제 기분이 어떠했겠습니다?

 

첫 작품을, 그것도 몇몇 인사들로부터 형편없는 졸작취급 받았던 작품을 세상에 내어놓고, 과연 독자들의 반응이 어떠할지 노심초사하던 저에게 그런 동생의 그런 극찬은 저를 자신감 충만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동안 동생에게 쌓였던 감정도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너 한테서 그런 칭찬 받으니 너무 기분 좋다고, 너무 감사하다고.


동생도 언제 우리 사이가 그랬냐는 듯 반갑게 받았습니다.

너무 좋은 책이라고 또 칭찬을 했습니다.


그래도 뭔가 잘 못된 점 부족한 점 있을 테니 지적해달라 했습니다.

그런데 당장 생각나는 것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답니다.

 

들 사이에 10년 동안 얼어붙었던 마음의 강이 순식간에 눈 녹듯 녹아 내렸습니다.

책 한 권의 힘이 이렇게 클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여러분, 저는 제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되든 안 되든 이미 가장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러자 제일 앞 테이블에 앉아있던, 부모님 돌아가실 때도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았던 작은 형이 눈시울을 훔쳤다.




 

 2018-09-13

will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