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이(026-6) 출판기념회, 제6막 편집의 힘
작품소개는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주방장이 손님에게 음식에 대해 시시콜콜 설명해줄 필요 없다. 손님이 물으면 그저 '다들 맛있다고 난리에요! 그러니 그냥 한 번 드셔보세요." 하고 주방에서 맛있는 냄새만 솔솔 흘려 보내면 된다. 책 또한 독자들 스스로 궁금증이 더해져 하루빨리 읽어보고 싶도록만 만들어 주면 성공이다.
다음 순서는 편집의 중요성에 대해서다.
"제가 이번에 책을 내면서 뼈저리게 느낀 점 중 하나가 작가에게 있어서 좋은 편집인을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점입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가 '노인과 바다'란 작품을 출판사에 넘기고 책으로 나오기까지 편집인의 요구로 300번 넘게 수정했답니다. 그래서 초고와 마지막 교정본은 거의 다른 작품이 되었답니다, 그리고 그 작품은 노벨 문학상을 탔습니다.
제가 첫 초고를 싱글엔 출판사(가명)에 넘겼을 때 그들이 주홍글씨로 '출판불가'란 딱지를 붙이면서 나열한 죄목들을 보면
1양쪽 맞추기도 안하고 꺼뜩하면 제멋대로 문장을 띄워 써 편집하기도 힘들게 만든 죄
2 너무 어렵게 쓴 죄
3 이것이 논문인지 교양서적인지 분간이 안 가게 만든 죄
4 도대체 무얼 주장하려는 건지 모르게 만든 죄
참 많기도 하지요?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는지!
하지만 일단 책은 내고 봐야 할 일이라 더럽고 앵꼽지만 '그래, 좋다. 너거들 원하는 대로 해 주께. 그라고 나중에 한 번 보자!' 라며 이를 악물고 고쳤습니다.
그러고 나니 내가 봐도 원고가 훤~~해졌어요.
그 덕분에 이 원고들 받아본 더블엔 출판사 송대표께서 '원고의 완성도가 워낙 높아 손 볼 곳이 거의 없겠는데요.' 하고는 자기가 홀라당 꿀꺽했지요.
결국 싱글엔 출판사는 죽 쑤어서 남 좋은 일 시킨 셈이 됐고. 그것이 그들로부터 거부 당하고 더블엔과 계약서 도장 찍기까지 40일 동안 이루어진 일입니다. 아무튼 싱글엔 출판사 편집진에 감사드림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계약서 쓰고 초판인쇄까지 두 달 동안 송대표와 함께 또 얼마나 고쳤는지요!.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항목 하나 순서 바꾸기였습니다.
원래는 이 책 내용 중 제 일 먼저 나오는 항목이 '많이 보고 많이 배우라' 로서 제 1 부항목인 '자연'이 맨 앞에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많이 복잡하고 어렵고 제일 재미가 없어요.
강의를 할 때면 많은 그림(사진)을 동원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 부분이 제일 재미가 있는데 책에서는 그림 한 장 없이 글로만 설명하려니 완전히 반대가 된 거지요. 싱글엔 편집부에서도 책장 들치자 말자 이러니 학을 뗄 만 하지요.
그런데 어느 날 더블엔 송대표께서 '교수님, 이 부분과 다음에 나오는 바로 보고 바로 판단하라 부분과 순서를 바꾸면 어떨까요? 논리 전개에 문제가 생길까요?' 라는 게 아닙니까!
순간 머리에 번쩍 하고 번개가 친 것 같았습니다.
'그래, 맞아, 내가 왜 진작 이 생각을 못했지?' 15년 동안 항상 그 순서대로 강의를 해 오다 보니 생각이 고착화 된 것이지요.
사람들은 누구나 관상에 관심이 많고 내용도 흥미진진 하니 첫 페이지부터 50페이지까지 진도 잘 나가겠네. 게다가 책 제목보고 관상책을 기대하고 보던 독자들의 의표(意表)를 콱 찌르는 재미도 있고.
책이 나오고 제 책을 몇 번 읽었습디다. 그런데 볼 때마다 신기합니다.
'이 책 누가 썼지?, 야~~ 잘 썼네!' 이거 내가 쓴 거 맞나???'ㅋㅋ',
이런 게 바로 편집의 힘이란 걸 알았습니다. 송대표님께 감사 드립니다."
2018-09-14
will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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