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에서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우리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한 번 점검해 보자.
우리는 맨 처음
‘대체 아름답다는 게 무어냐?’ 라는 의문에서 시작해서(Part 1)
먼저 피보나치수열이 이끌고 가는 황금률이란 길로 들어섰다가(Part 2)
다음으로 황금률의 역사관에 들어갔는데(Part 3)
머리회전이 빠르거나 기억력이 비상한 독자들은
피보나치란 이름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다소 어리둥절해 할 것이다.
하여, 이 장에서는
피보나치란 인물과 황금률과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고 난 후
다음 여정으로 가려한다.
이탈리아의 수학자 피보나치는
(Leonardo Fibonacci, Leonardo da Pisa, Leonardo Pisano등으로 불림)
(그림1) 피보나치
12세기 이태리의 상업중심지 피사에서 태어나
(그의 출생 및 사망 년도는 자료마다 조금씩 달라
출생년도는 1170 혹은 1175년,
사망 년도는 1235, 1240, 1250년 등으로
황당하게 나와 있다)
무역상인 아버지를 따라
어려서부터 알제리, 시리아를 포함한
지중해 연안 국가들을 두루 다니며 견문을 넓혔는데
북아프리카 알제리에서
놀라운 동양의 인도-아라비아 숫자 체계(Hindu-Arabic numbers)를 접하고
이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게 된다.
그 후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1202년 그의 첫 작품이자 그가 남긴 저술 중 가장 유명한
‘산반서(Liber Abaci)’라는 책을 발간한다.
원제(原題)는 이태리어로 Liber Abaci(혹은 Abbaci)로서
Liber는 책, Abaci는 주판(籌板)이란 뜻이다.
영어로는 Book of Calculation으로 번역되어 있고
한글로는 모든 자료에서,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한자(漢字)도 없이 그냥 한글로,
‘산반서’란 생소한 이름으로 번역되어 있는데
‘산반’이란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산반’이란 이름으로 네이버 어학사전을 검색했더니
한자 사전에 ‘散班(산반)’이라고 하나 나오는데
그 뜻이라는 게
‘일정(一定)한 직무가 없는 벼슬. 또는 그런 벼슬아치’
라네요.
김이 탁 새서
이번에는 내 어릴 때 익히 보고 배우고 사용하였던
‘주판’이란 이름을 넣어보았다.
(그림2) 주판
그랬더니
국어사전에서는 [유의어]산판2, 수판4
한자사전에서는 아예 비슷한 이름도 없고
일본어 사전에서는 算盤そろばん.(=수판(数板))
중국어 사전에서는 [명사]算盘 (suànpan)。
으로 나와 있다.
이 정도 되면 답 딱 나왔네!!!
주판을 일본에서는 そろばん ‘소로반’이라 하는데
이를 한자로 쓰면 算盤, 이를 한글로 읽으면 산반.
중국에서는 suànpan ‘쑤안판’이라 말하고
중국어로는 算盘, 이를 한글로 읽으면
‘산’ 다음 ‘반’자 비슷하게 생긴 놈은
중국어 간체(簡體)이기 때문에
한국식 발음 자체가 없다.
결과적으로
‘산반서’의 ‘산반’ 이란
'주판의 일본어식 한자 표현을 한글로 옮긴 것'
이리라.
누가 번역했는지 참말로 고약하게도 번역했다.
마~~
영어번역 ‘Book of Calculation’ 처럼
간단하게 ‘셈본책’ 이라 하면 될 것을
순 한국말이 좀 없어보여 좀 더 고상하게 폼 잡을라 치면
‘산술책’ 이라 하면 누구나 다 알아들을 것을
뭘 그런 희한한 번역을 해가지고서는
이렇게 다른 사람들 시간낭비하게 만드냐?
무슨 암호 풀이하는 것도 아니고..ㅊㅊ
각설하고,
아무튼 이 책에는 산술에 관한 것이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제1장
일반적으로 ‘아라비아 숫자’로 알려져 있는 인도-아라비아 수 체계
즉 1-9와 0을 사용하는 십진법에 대한 소개
(이 내용이야말로 로마자 I, II, III. IV, V....등으로 셈본을 하던 후진 유럽인들에게
수학의 신세계를 열어준 위대한 업적이다)
제2장
여러 상품들의 가격, 상거래를 통한 이문 계산법, 지중해 연안 국가들에서 통용되는 화폐들의 환전 등 주로 상인들을 위한 여러 가지 산술이론
제3장
많은 양의 수학 문제
(이 들 문제는 나중에 수학문제의 보고(寶庫)가 된다)
그는 이 책의 제3장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를 하나 내었는데
이것이 후대에 피보나찌 수열로 알려지면서
오늘날 우리가 피보나찌란 이름을 기억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하게 된다.
# 문제
어떤 사람이 토끼 한 쌍을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장소에 두었다.
만약 이들이 매 달 한 쌍의 새끼를 낳고 이들에서 태어나는 새끼들 역시
매달 한 쌍의 새끼를 낳는다면 1년 후에는 몇 쌍의 토끼가 있을까?.
(그림3)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을 하나 삼입하였다 .
참고로 토끼는 갓 태어난 지 한 달 후면 임신을 할 수 있고
수태기간은 한 달이다.
그 동안 각 달마다 존재할 토끼 수는 다음과 같다.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쌍
(그림4) 문제가 나와 있는 페이지로서
오른쪽 여백 테두리 안에 있는 답에는 제일 첫 번째 ‘1‘이 생략되어 있다
이 책에서 피보나치 수열과 관련된 내용은 이것으로 끝이고
황금률에 대한 언급은 없다.
또한 이런 유의 수열은
피보나치가 제일 먼저 발견한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 기원전부터, 아랍, 인도 등에 잘 알려져 있던 사실을
피보나치가 처음으로 서방세계에 알린 것뿐이다.
이 후
15세기 프랑스 수학자 에두아르 뤼카(Édouard Lucas, 1442-1491)가
이러한 수의 배열을 피보나치수열이라 이름 붙였고
이 수열의 인접한 두 수의 비로부터 황금비를 처음으로 계산한 사람은
17세기 독일의 수학자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 1571-1630)였다.
그러다가
1900년대에 들어서서 옥스퍼드대 식물학자인 처치(A.H. Church)가
해바라기에서 피보나치수를 찾아내었고
그 후 많은 학자들이 자연의 곳곳에서 이러한 법칙을 찾아내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피보나치가 이러한 수열을 서술할 때는
선진 동양 수학을 서방에 소개하는 수준이었지 황금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었고
이 수열에서 황금률의 법칙 및 자연과의 상관관계를 알아내고 위대한 의미를 부여한 것은 후대의 학자들인 것이다.
Will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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