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사사이(064-10) 게이꼬씨를 기리며 – 재회(再會)

白鏡 2020. 4. 21. 06:35

사사이(064-10) 게이꼬씨를 기리며 – 재회(再會)


# 201262211:30AM

부산항 국제선 여객터미널,

안선생은 그의 아내와 함께 게이꼬씨 일행을 기다렸다.

 

처음에 안선생에게 외국 손님 마중하러 나가랬더니 "영어도 일어도 잘 못하는 제가 어찌?" 하고 말꼬리를 흘리기에 내가 말했다.

 

걱정 말라우!, 게이꼬씨는 그동안 한국어를 꾸준히 공부해 왔고, 안 그래도 배운 것 한 번 써먹어보겠다고 전철 타고 오겠다는 사람이야. 그러니 너는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상대가 알아듣던 못 알아듣던 그저 한국말만 하라우. 그거이 그녀를 도와주는 길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덩치에 걸맞지 않게 뭔가 불안했던지 영어, 일어 둘 다 어느 정도 통하는 부인을 대동하고 나간 모양이다 


승객들이 입국장에 보이기 시작하자 그는 게이꼬씨의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었는데 게이꼬씨도 안 선생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어 서로를 금방 알아보고 반갑게 다가갔다.


하지만 게이꼬씨의 피켓에 씌여진 문구를 보는 순간 그는 낯이 간지러워 얼굴이 화끈그렸다. 무얼 보고 그랬을까?

피켓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나중에 이 피켓을 본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한 편으론 이 사람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피켓에는 마중나올 사람의 이름 뿐 아니라 부산 도착 시 그들이 알고 있어야 할 필수 정보가 다 들어 있었던 것이다.


1) 마중 나올 사람 이름

2) 그가 안 보일 시 걸어봐야 할 비상 연락망

3) 그래도 안 될 시 택시 기사에게 보여주어야 할 목적지 이름

4) 병원에 도착해서 연결할 내 방 전화번호

5) 거기다 자신들을 위해 수고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미남' 과 '오른팔' 이란

애교스런 메시지까지...

아무튼 대단혀.


차는 예정시간에 맞춰 병원에 도착하고 우리는 반가운 재회를 했다.


이 얼마만이런가?

20년도 더 지난 세월의 풍상에 서로의 모습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하지만 처음 보는 딸 레이꼬의 모습과 비교해 볼 때 엄마인 게이꼬씨는 별로 늙은 것 같지가 않았다.


차 한 잔과 함께 환담을 나눈 후 우리 과를 한바퀴 구경시키고 나서 병원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가까운 삼계탕 집으로 갔다.


안 그래도 편지에서 내가 삼계탕전문점에 간다니까 아주 좋아했다.

대놓고 말을 못해서 그렇지 내심으론 '한국 가면 삼계탕은 한 번 먹어 봐야 할 것 아녀?' 하는 생각들이 있은 모양이다.

 

두 사람 다 어떻게나 잘 먹던지!

국물까지 깨끗이 비웠다. 김치도 잘 먹었다. 이 사람들 일본사람들 맞나? 할 정도였다.

게이꼬씨가 잇몸 때문에 잘 먹어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그야말로 기우(杞憂)였다.

그들의 먹는 모습을 보고 있는 나는 그저 흐뭇했다.

 

식사 후 주인에게 잘 먹었다고 인사하고 나오자 그녀는 가게 문 밖까지 따라 나와 배웅한다. 그러면서 음식이 두 분 입에 맞았는지 모르겠다, 두 사람은 어떤 사이냐 라는 둥 오지랍 넓은 관심을 보이길레 내가 모녀 사이라 하니 깜짝 놀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도무지 모녀로는 안 보이고 자매 정도로 보인단다. 이 말 들으면 한 사람은 기분 좋을 것이로되 또 한 사람은 필경 기분이 나쁠 것이라 통역해 주지않고 그냥 넘어갔다. 

 

이렇게 다들 맛있게 점심 잘 먹고, 가게 주인의 극진한 배웅까지 받아가며 기분 좋게 해운대로 향했다.

 

2020-04-21

will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