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닥치는 일들 4
‘요일이 없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에요?"
"글쎄??~~"
"오늘이 며칠이요? 8일? 9일?"
"글쎄??~~"
요즈음 우리 부부 사이에 종종 나누는 대화내용이다.
직장을 다닐 때 요일은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이었다.
각 요일은 각 각 그 의미를 달리 했고 그래서 요일은 중요했다.
월요일은 새로운 한 주일을 시작한다는 각오와 기대에 찬 의미가 있었고
화요일은 그저 그랬고
수요일은 한 주가 벌써 반이 지나간다는 희망과 아쉬움이 뒤섞인 의미가 있었고
목요일은 금요일이 기다려지는 날이었고
금요일은 반갑고 즐거운 사람들 만나는 날이자 일주일의 마지막 날이라 좋았고
토요일은 푹 쉴 수 있어 좋았고
일요일은 하나님 만나는 날이라 좋았다.
퇴직 후 요일은
'월, 월, 월, 월, 월, 월, 월'
'화, 화, 화, 화, 화, 화, 화'
'수, 수, 수, 수, 수, 수, 수'
'목, 목, 목, 목, 목, 목, 목'
'금, 금, 금, 금, 금, 금, 금'
'토, 토, 토, 토, 토, 토, 토'
'일, 일, 일, 일, 일, 일, 일'
언제나 그 날이 그 날이었다.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변함없는 생활에선
요일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고 그런 요일은 필요치 않았다.
그래서 요일을 잘 몰랐다.
퇴직은
아침마다 어딘가에 꼭 가야만 한다는 굴레에서 나를 해방시켜 준 대신
요일이 제공하는 시간의 다양성과 그에 따른 즐거움을 앗아가고 말았다.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고
받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이 있고
세상에 공짜는 없나니 단 하나도 없다'는
단순 명쾌한 이 진리를 퇴직과 더불어 다시 한 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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