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15
요 며칠 환절기 알레르기 때문에 아내가 몹시 고생했다.
오늘은 도저히 못 참겠는지 응급실 가자기에 부랴부랴 차에까지 태웠는데 차에 타서는 조금 나아지는 것 같다면서 좀 더 참아보겠단다.
이 병은 죽을 듯이 괴롭다가도 고비만 넘기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씻은 듯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향이 있어 두고 보기로 하고 무언가 기분 전환이 필요할 것 같아 TV로 영화를 한 편 보자 했다.
무얼 볼까 이리 저리 찾다가 돈 내고 보는 영화 골랐다가는 아내의 두통을 더욱 악화시킬 것 같아 그냥 마음 편히 [무료영화] 편으로 들어갔다.
평소에도 돈 내고 보는 영화는 내무부 장관의 엄격한 가격 검열을 거쳐야 하므로 영화 볼 일 있으면 대부분 이 장르에서 단골로 보아 와 괜찮은 영화는 거의 다 섭렵한 터라 나머지 영화중에, 그것도 무언가 부담 없이 웃을 수 있는 영화를 찾는다는 게 참으로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얼간이라는 말에 이끌려 아래 영화를 클릭했다.
하지만 별반 기대는 하지 않았다.
주인공과 감독 이름, 배우의 생김새 등으로 보아 인도 영화임에 분명한데다 생전에 듣도 보도 못한, 한국에서 개봉한 적도 없을 것 같은 영화 타이틀에, 코믹한 영화라~~~
‘에그, 뭐 선한 게 있겠노?’ 하면서 한 10분 보다가 신통찮으면 다른 영화를 찾기로 하고 보기 시작했는데.....아~ 이거이 갈수록 점점 빠져드네요.
거기다 주제가 우습고 가벼운 것이 아니라 엄청 무거운 것을 다룬다.
세상의 종교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겨누면서 신(神)을 믿는 모든 종교인/신앙인에게 아주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인간을 만든 신을 믿는가? 아니면 인간이 만든 신을 믿는가?”
작가는 이 질문과 관련하여 기독교도에게도 면죄부를 주지않는다.
그는 이런 도발적인, 몰매도 맞을 수 있는 간 큰 질문, 커다란 돌을 던져놓고는 재미있게, 가볍게, 코믹하게, 자연스레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데 전혀 무리함이 없다. 그런 작가의 능력에 존경심과 질투심이 동시에 드는 것은 어떤 연유일까?
영화중에 코미디 영화만큼 만들기 힘든 장르가 없는 것 같다.
걸핏하면 거기 출연한 유명배우들을 코미디로 만들면서 시시뻥뻥하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다르다.
자연스런 스토리 전개에다 배우들의 연기까지, 그렇게 멋진 코믹한 영화를 만든 감독에게 찬사를 보낸다.
영화의 마지막엔 진한 감동이 왔다.
참으로 오랫만에 재미와 의미와 감동이 버무려진 수작(秀作)을 맛 보았다.
“당신은 인간을 만든 신을 믿는가? 아니면 인간이 만든 신을 믿는가?”
이 질문은 내 가슴에 진한 여운을 남겼다.
나를 포함한, 신믈 믿는 모든 종교인/신앙인들은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면서 언젠가는 답을 내 놓아야 할 것이다.
나를 만든 신을 믿고 있는지 아니면 내가 만든 신을 믿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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