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살며 생각하며(012)- 경찰의 품격 I (하)

白鏡 2019. 5. 13. 10:59

경찰의 품격 下

 

의전(儀典)을 중요시 여기는 조직을 들라 하면 당연히 공무원, 경찰, 군대 등 국가 조직이 제일 먼저 떠 오를 것이다.

 

필자가 포상을 받으러 경찰서에 갔다가 그 상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느낀 언짢은 감정은 어쩌면 누구보다 더 중요시하여야 할 의전을 그들이 무시했다는데 대한 불쾌감일지

모른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필자의 경험은 의전이란 단어를 쓰기에도 민망한, 그냥 보통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지켜야 할 기본 예의범절 수준의 이야기다.

한 마디로 기본 품격에 관한 이야기다.

 

내 아버지는 평생을 이 나라 공무원으로 사셨다.

어려서부터 나는 예()를 중시하는 부모의 교육에 관료조직의 절도(節度)있고 일사불란한 집안 분위기까지 더한 배경 하에 자라면서 조직의 보스가 갖추어야 할 품격, 자세, 자질, 조직장악력 등에 대해 아버지가 하는 것을 보고 아버지로부터 듣고 배우며 성장했다.


그러다 보니 관료들의 기본 예절이나 의전에 어긋나는 행동에 대해 누구보다 예민할 뿐 아니라 이럴 경우 내 머리는 자동으로 다음과 같은 명제로 상상의 나래를 편다.

 

'내 아버지가 만일 경찰 서장이라면 이런 일을 어떻게 처리할까?'

 

당연히 서장실로 모셔서 표창장 하나 만들어 선물과 함께 격식을 차려 전달식을 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난 후 차 한 잔 대접하면서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한다.

 

그러면 받는 사람은 '그 동안의 수고가 헛되지 않았구나' 하면서 흥감해 할 것이고 이런 노고를 알아주는 경찰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또한 그 표창장, 액자에 넣어 걸어 두고 길이길이 보존하면서 더욱 더 열심히 고발할 것이다.


교통위반 단속하는데 눈에 띄는 교통경찰관과 나 같이 눈에 안 띄면서 열성인 시민 중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일까?



 

나 같은 사람한테 한 번이라도 고발당해 본 사람은 이제 다른 차 눈이 무서워서라도 경찰이 안 보인다고 단속 카메라 없다고 함부로 위반 못 한다.

그러라고 죽어라 고발해 온 거다.

 

나는 2014년 1월부터 8월까지 국민신문고를 통해 교통법규 위반 차량 329건 고발했다.

2,3개월은 일주일에 한 두 건 하다가 고발작업이 손에 좀 익은 후로는 하루 평균 3-4, 최대 8건까지 고발했다.

 

이만하면 월급 주는 교통경찰 서너 명 풀어놓는 것 보다 돈 안 드는 나 같은 사람 하나 관리하는 것이 훨씬 더 효울적일 것이다.

 

서장의 입장에서 한 번 보자.

이런 사람에게 감사장 하나 수여하는 일, 일년에 한 번이면 된다.

한 번에 걸리는 시간 해보아야 20분이면 족하다.

 

고발하는 나는 얼마만 한 투자를 했을까?

말이 329건이지, 저기에 들어간 시간과, 노력과, 고발 시 지적한 법규위반이 맞니 안 맞니 하면서 담당 경찰관과 입씨름 하면서 받은 열받은 값까지 따지면 돈으로도 환산이 안 된다.


이제 견적 다 나오지 않았나? 세상에 이렇게 남는 장사가 또 있을까?

 

스파이 조직으로 치면 돈 안 푼 안 줘도 제 스스로 고급정보 물어다 주는 충실한 휴민트 하나 심어 놓은 것이 마찬가지인데 이 중요한 것 하나 제대로 관리 못하고 오히려 열 받게 만들어서

 

"아이고~~ 말아라 마~~~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내가 미쳤나?"

하면서 나가떨어지게 만들면 누가 손해인가?


(실제로, 2014 - 356건, 2015 - 21건, 2016 - 30건. 2017 - 55건, 2018 - 1건, 2019 - 0건으로 이미 나가떨어 졌다)

 

이익이냐 손해냐를 떠나서 기본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국가공권력의 대민(對民) 자세에 관한 문제다.

 

일개 시민이 경찰에게 무슨 의전씩이나 바라겠는가?

그저 상식에 준하는, 기본 예의범절을 벗어나지 않는, 기본 품위만 유지해 달라는 소박한 바램 뿐이다.

 

국가공권력의 품격은 곧 국가의 품격이지 않겠는가?

 

revised, 2019-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