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살며 생각하며(010)- 경찰의 품격 I (상)

白鏡 2019. 5. 11. 10:57

경찰의 품격

 

 

요즈음 경찰과 검찰 사이에 수사권 이양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가 전입가경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그동안 내놓고 정권 눈치만 보며 수 많은 사람들 잡아다가 공개적으로 망신 주고, 인격 살인하고, 조사과정에서 당한 치욕으로 자살까지 하게 만들던 자들이


막상 자기네들 밥그릇 빼앗긴다 싶으니 드디어 제 목소리 내면서 하는 말이 국민의 기본 인권을 지켜 주기 위해서라도 자기들이 수사권을 지켜야 한다는 검찰도 가소롭기 그지 없지만

 

손석희 고소 고발건, 사무장 요양병원 고발건 등에서  경찰이 보여준 상식 이하의 사건 처리를 보면서 "저거~~ 대한민국 경찰 맞나?" "과연 저들이 수사권을 넘겨받을 기본 자질이나 갖추었나?" 하는 의구심에 참말로 마음이 어둡다.

 

검찰이나 경찰이나 국가공권력의 상징 아닌가?

그러면 능력이나 자질은 둘째 치고 나라 체면이나 국민들 얼굴을 봐서라도 최소한의 품격은 갖추어야 할 것 아니겠나?

 

그런 의미에서 지난 시절 겪었던 몇 가지 예를 가지고 품격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 2014-09-03 수요일, 추석 5일 전

 

‘따르릉~~~~~

 

처음 보는 전화 번호다. 안 받으려다가 마침 한가한 시간이라 받았다.

 

"한나영씨(내 예명) 되시죠?"

 

"그렇습니다만"

 

‘아~~저는 신부산경찰서(가칭) 교통관리계 김갑동(가명)경위인데요.

 

"그래요? 무슨 일 이시죠?"

 

‘다름이 아니라 올 상반기 동안 선생님께서 교통법규위반신고를 가장 많이 해 주셔서

감사의 뜻으로 추석 선물을 드리려 하니 경찰서로 한 번 왕림해 주시지요.

 

"나는 만덕에 사는데요?"

 

"그래도 국민신문고 인적 사항에는 저희 경찰서 관할지역으로 등록되어 있는데요?

 

"아~~, 내가 직장 주소로 등록을 해서 그런 모양이네요.. 그라이 마~~ 선물은 다른 사람 주시지요."

 

"그래도 본 서에 등록된 분이라 북부서에서는 연락이 안 올 것이고 또한 저희 서에서 성의를 표시하고자 하는 거니까 받아주시지요."

 

순간 남의 성의를 너무 사양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싶어 다음날 점심시간에 들리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아침식사 시간, 아내에게 오늘 경찰서에 선물 받으러 간다니까 아내가 펄쩍 뛰었다.

 

"그런 것 뭣 하러 받아요? 그래가지고 당신 이름이나 사진이라도 어디 실리면 어떡하려고?"

 

안 그래도 그 동안 아내와 같이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위반차량이 보이면

 

"부산 00 4569, 신호위반, 온천 사거리, 2014 10 20 10 20."

하면서 소리 높여 녹음을 할 때마다


"아이고, 이 험한 세상에 나중에 무슨 봉변당할 줄 알아서 그런 위험한 짓을 해요? ~~ 그만하소!!!" 하면서 걱정을 하던 아내였다.

 

그러면 나는

"야이 샹!, 그런 것 겁나서 범법행위에 눈감으면 세상에 정의가 어떻게 살간?

그리고 내 신분 노출될 위험은 거의 없으니끼니 걱정마시라요." 라며 티각태각 해 왔던 터라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내 사진과 신분이 경찰신문이건 어디건 날까 봐 걱정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런 데 신경 쓸 내가 아니지 않나!


오전 환자 끝내고 부랴부랴 안 팀장에게


"너 오늘 나하고 경찰서 좀 같이 가야 하니 내 차 좀 빨리 빼 온나." 하고 오더를 내렸다.

 

내가 그를 데리고 가려 한 이유는 추석선물이라면 아무래도 과일 같은 먹을 것이 될 가능성이 많고 그리 되면 부피가 크고 무거워 내가 들고 오기 힘들 것 같아 그랬다.

 

그 날 따라 비는 부슬부슬 오고 날은 무더웠으나 그래도 국가기관으로부터 일종의 상을 받는 자리인지라 예를 지키기 위해 양복 정장으로 차려 입고 출근했다.

 

경찰서 앞마당은 아주 좁았다. 주차장은 지하인 모양인데 다행이 한 쪽 구석에 장애인 주차구역이 하나 있어 오른 쪽으로 차를 틀려는 데 경찰서 건물 입구 중간에 겁도 없이

길이대로 주차해 있는 차가 한 대 있어 몇 번 꺾어서 겨우 주차했다.

 

건장한 체격에 준수한 인물의 듬지한 안 팀장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보무당당히 민원실로 들어갔더니 마치 은행장구처럼 기다란 칸막이가 가로지르고 있었다.


우리가 들어가자 한 여경이 어떻게 왔는지 묻길래 김갑동 경관님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 때 마침 한 남자 경찰관이 들어오는데 그녀는 그를 향해


"오빠! 누가 찾아왔는데요.’한다.


그러자 그는 이 시간에 나와 만나기로 미리 약속한 사이라 나에게 한나영씨인지 묻고는 따라오라 한다.


그를 따라 안 쪽으로 갔더니 밖에서 잠깐 기다리라 하고는

자기 혼자 칸막이 안으로 들어가 구석 바닥에 쌓아 놓은 물건들을 주섬주섬 뒤고 있는데

안쪽에 앉아 있던 한 늙수그레한 경찰관이


"선생님이 신고하면 내가 피고발인 불러서 스티커 끊고 훈계하고 다 하니까 걱정하지 마이소." 한다.


그러는 사이 앞의 경찰관이 종이박스에 든 물건을 하나 들고 와 나에게 건냈다.

그러자 그 경관이 다시

 

"그거 등산용 배낭인데 아주 고급이라요." 하며 생색을 낸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것으로 모든 상황은 종결되었다.

 

건물 밖으로 나와 차를 빼려니 좁은 공간에서 후진으로 나와야 하는데 그 놈의 차가 아직 가로막고 있어 몇 번이나 핸들을 틀어야 했다.

 

입에서 욕이 나왔다.


"도대체 어떤 놈이 저런 데다 차를 대 놓았으며 경찰들은 눈을 감고 있는거야 뜨고 있는거야?"

 

겨우 정문을 빠져나와 차를 샛길로 돌려 나가려니 이번에는 담벼락에 형사기동대 봉고가 가로막고 있어 또 차를 몇 번 틀어야 했다.


내 개인적인 일로 이래저래 수고를 끼친 안 선생에게  맛있는 점심이라도 사 주려고 지갑을 찾으니 지갑이 없네요. 돈이라도 빌리려고 안 선생에게 말을 하니 저도 호주머니를 뒤져보고는 지갑을 안 가지고 나왔단다.

환자 때문에 시간에 쫒겨 허겁지겁 나오다 보니 둘 다 미처 지갑을 못 챙겨온 것이다.


이 동네에 단골이라 할 수 있는 음식점이 있긴 하지만 점심 한 그릇 먹고 돈 없으니 외상하자 하기도 쪽 팔리고 하여


"할 수 없다. 병원에 가서 중국집에 시켜 먹자. 초음파실에 전화해서 다들 식사 안 했으면 같이 먹자 해라. 요리도 좀 시키라 하고..


통화 후 안 팀장 왈


"교수님, 모두 식사했답니다."

 

"나 이거 원~~밥 못 먹어 죽은 귀신이 있나 지금 몇신데 밥을 다 먹어?

그런데 두 사람 먹으면서 요리까지 시킬 수도 없고......"


"교수님 뭐 드시겠습니까?"

 

"간짜장!"

 

"저는 곱빼기 시키겠습니다."

 

"그럼 만두 하나 추가!"

 

부슬부슬 비는 나리는데,

배는 쪼르륵 거리는 데,

밥도 못 먹고,

도대체 이거 뭐하는 짓인지 모르것다

참,  이래 저래 재수 옴 붙은 날이다.


revised at 2019-05-11

will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