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살며 생각하며(008)- 길 위의 의자

白鏡 2017. 10. 10. 07:25

 



설악산 피골 골짜기 올라가는 초입(初入)


돌아가는 길목에 두 개의 낡은 의자..


누가

갖다 놓았을까?

 

가서 가만히 앉아본다.

 

편안~~~하다.

 

눈에 들어오느니

색색의 들꽃이요,

초록 수풀이요,

푸른 하늘이요,

흰 뭉게구름.

 

코를 간지르는 상큼한 피톤치드 향.

 

참 편안~~~하다.

 

가만히 눈을 감아본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지나온 인생이

망막 위에서

주마등처럼 스르르 스쳐 지나간다.

 

이 세상에 얼굴 내민 지 65

사회에 첫 발 디딘 지 39

 

내년이면

의사생활 40년, 교직생활 35년.

첫 직장에서 정년을 채우고

교수 직에서 물러난다.

 

그러고 나면

내 의사와는 상관 없이

그 분이 준비해 놓은

나도 모를 제 이의 인생 길이 기다리고 있겠지.

 

그 동안 참 치열하게 살아왔다.

최선을 다해 달려왔다.


내 소신껏 누구 눈치보지 않고

거침없이 살아왔다.


올라가볼 만큼 올라가 보았고

이룰 만큼 이루었다.

 

아니,

내 가진 능력, 내 노력보다

몇 배, 몇 십 배로 부어주셨다.

 

그 때 깨달았더라면

그 때 고쳤더라면

그 때 참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결코 부끄럽거나 후회스럽게 살진 않았다.

 

'너 그 동안 참 수고 많~~~았다'

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제 곧 인생의 후반전이 시작된다.


이 후반전은 정해진 시간이 없다.

그저 심판이 '~~~' 하면

군 소리 없이 내려와야 한다.

 

그리고 그 시간은

길어야

전반전의 삼분의 일 가량 일 것이다.

 

지금은 하프타임.

 

쉬어가라고

 

그 동안 세상살이에 쌓이고 쌓인

몸의 독소 다 빼고

마음의 찌든 때 깨끗이 닦아내라고

 

에덴동산(Back to Eden Healing Center)

보내셨나 보다.


일주일이라는

생애 최장의 휴식 시간과 함께.

 

편안~~~하다.

참 편안~~하다.

 

계곡에 올라갈 사람 잠시 쉬어가라고

먼 길 갔다 온 사람 잠시 쉬어가라고

후반전 뛸 사람 잠시 쉬어가라고

 

저 의자는

저 길목에서

저렇게

기다리고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