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사사이(027-15) 정퇴 제15막-8 천재일우의 기회가 오다

白鏡 2018. 11. 16. 08:10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가 오다'

어떻게 인도하셨냐구요?

1986년도에 Holm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였습니다.

일본초음파의학회에서 Guest speaker로 단 한 분 모셨는데 부부가 동양이라는 데가 처음이었답니다.

 

제자이신 이 교수님께서는 일본까지 오셨으니 그 바로 옆에 제자가 살고 있는 한국도 오셔야죠 하고 초청을 하게 되었고 한국을 왔으면 경주를 보여드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분들은 개인이나 학회의 초정으로 외국을 가면 관광만 다니지는 않기 때문에 일정 중에 꼭 강의를 넣어야 하는데 강의 장소는 대게 같은 분야를 전공하는 의사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합니다.

 

당시 한국에서 초음파를 이용한 복강 내 시술을 하는 사람이 이 교수님과 저 두 사람 뿐이었고 그 때까지 서울대학에서는 손도 못 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교수님께서는 서울 도착 다음 날 낮에는 경주 구경시켜 드리고 저녁에는 제가 근무하는 백병원에서 강의하기로 여정을 짜 당일 아침 울산 공항에 내렸습니다.

 

그 때 주임교수이신 정덕환 교수님이 차를 몰고 운전수 역할을 하게 되었는데

 

차가 현대 스텔라로 상당히 고급 차였지요. 왜냐하면 창문이 오토매틱으로 오르락 내리락 했으니까요. (청중 웃음)

 

그리고 카테터 업자에게 차를 한 대 부탁해서 스텔라와 포니, 차 두대로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교수님이 Holm 부부와 함께 정교수님이 모는 앞 차에 타고, 저는 당연히 뒤차에 타야 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아침 10, 비행기가 도착하고 공항로비에서 강의 때 말로만 듣던 세계적 대가와 설레는 마음으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이 교수님은 저를 홀름에게 인사시키자 말자

이제 Holm 부부는 자네에게 인수인계 하겠으니 오늘 하루는 모든 걸 당신이 알아서 해.” 하고는 업자들과 함께 뒤차에 타는 것 아닙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원래 일은 아랫것들이 쌔 빠지게 하고 생색은 윗사람들이 내는 법인데 이 교수님은 하루 종일 닥터 홀름 옆에도 오지 않고 제 뒤만 따라다녔어요.

 

이 것은 마치 쉐프가 칼을 주방보조에게 맡기고 그 보조가 하는 요리를 자신이 보조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제가 그 은혜를 잊을 수가 없지요.

 

저에게는 일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말 그대로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였습니다.

 

저는 불국사에서 석굴암까지 이 다리로 걸어 다니면서, (며칠 밤 세워 공부한) 신라와 유물에 대해 영어로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울산에서 경주까지, 경주에서 부산까지 가는 차 안에서 몇 시간 동안 한국의 전통, 문화, 가족관계 등 온갖 것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고 당시 제가 관심을 가지고 하고 있는 학문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까지 만하더라도 조직검사라는 게 몸 밖에서 종양에 22 게이지(gauge, 인체에 찌르는 바늘의 굵기를 나타내는 단위) 라는 가는 바늘로 aspiration (흡입해 내는 행위) 해서 cell(세포) 만 뽑아낼 때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같은 크기의 바늘로 tissue(조직)를 뽑아냈다 하니까 영감님 눈이 반짝 하면서 오는 10월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국제학회에 와서 그에 관해 발표를 하라는 거에요.


그래 제가 dead line(논문제출 마감일)이 지난 걸로 아는데요 하니까

 

내가 그 학회를 만든 사람이고 내가 좌장인데 야이 썅! 누가 뭐라 그러니? 그냥 보내기나 하라우.”

(이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내가 평소에 흥분하면 잘 쓰는 이북 사투리가 나왔다)

 

이리 해서 저는 그 해 10월 이 교수님과 함께 덴마크 코펜하겐에 가서 Interventional Ultrasound(중재적 초음파학) 학회라는 세계무대에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2018-11-16

Will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