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의 비상’
지금까지가 제 인생 제1막 전반부 30년 동안의 일이었습니다. 이제부터 후반부, 백병원에서의 35년에 대해 말씀드리면, 백병원에서 저는 제 꿈을 다 키웠습니다. 그야말로 훨훨 날았죠.
저는 과거사를 되돌아볼 때 가정을 잘 해봅니다. 만약 그 때 모교에 남았더라면 백병원에서 한 것만큼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전혀 아니라고 봅니다.
당시 국립대학병원의 그 강력한 권위주의 하에서 각 과마다 똑똑한 사람들이 대학에 남았다가 10년을 못 버티고 많이들 나갔지 않습니까? 게다가 제 성격이 어디 보통 성격입니까? 분명 저는 얼마 못 가서 중간에 옷 벗었을 겁니다.
하지만 신생 사립대학인 백병원에 들어왔기에 35년을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 이야기 밤 새도록 해도 모자라겠지만 여기 들어와서 만났던 잊지 못 할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간단하게 리뷰해 보겠습니다.
1) 제일 먼저 ‘배철’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왜? 저를 뽑아주셨으니까요.
비록 제 뽑아 놓고 2개월 후에 개업하러 나가시는 바람에 완전히 저 혼자 낙동강 오리알 되 가지고 엄청나게 힘든 세월을 보냈지만 저를 뽑아주신 분이니까 제가 어떻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청중들 웃음)
2) 다음으로 한만청 교수님입니다.
제가 84년도, 그러니까 전문의 2년차 때 대한방사선의학회와 대한초음파의학회 학술대회에서 3편의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 논문 하나하나가 그 당시로서는 아주 획기적인 일이었나 봐요.
그것을 본 서울대학의 한만청 교수님이 저를 R.G.R.시간에 초청가수로 불렀어요. 아이구 와 이래 말이 헛 나오노. 갑자기 가수가 와 나오노@ 초청가수가 아니고 초청연잡니다. (청중들 웃음)
그런데 이 것이 저에게는 하나의 큰 사건이었습니다.
왜냐 하니 당시 R.G.R.이라 하면 Radiological Grand Rounding이라고 해서 서울대병원 방사선과에서 가장 권위있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행사로서 강의를 마치면 우리 방사선의학회의 태두(泰斗)이신 주동운 교수님께서 직접 금메달을 연자에게 걸어줄 정도였으니 말이죠.
이것이 제가 처음 강의 때 받은 메달입니다.
이 자리에는 주로 외국유학 갔다 온 선생들이나 한 분야에 대가들, 뭔가 획기적인 연구를 한 학자들을 주로 모시는 학술행사였습니다.
이런 자리에 이제 정식 전임강사 1년차인 새파란 저를 Guest speaker 로 초빙한다는 것은 정말 파격적인 대우였을뿐 아니라 바로 다음 해에도, 6년 후에도, 도합 세 번을 초청받았으니 이 어찌 사건이 아니겠습니까?
아마도 R.G.R. 역사 상 최연소 연자에 최다 초청연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자존심 강한 서울대에서 기라성 같은 서울대 교수들과 레지던트들 모아 놓고, 그것도 지방에서, 당시 서울 사람들 표현을 빌리자면 시골에서 온,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나이 31살짜리 새파란 전임강사에게 강의를 시킨다는 일이 어떻게 가능하였을까요?
그것은 바로 한만청 교수였기 때문에 그런 사고가 가능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참으로 시대를 앞서간 분이고 존경스런 분이죠.
이 자리를 빌어 한교수님께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이 메달이 내게 주는 의미는
인생 제1막 전반부를 달려올 때까지 중요한 구비마다 겪었던 차별과 무시와 거부, 그리고 그에 대한 분노, 눈물, 한(恨)등의 단어에게 작별을 고하는 이별장(離別帳) 같은 것이었고
이제 더 이상 어느 누구도 나를 무시하거나 내 앞에서 시건방 떨지 못하도록 만드는 효험(效驗)이 있는 마패(馬牌) 같은 징표였으며
그동안 하나님이 내게 내리신 시험(trial)을 잘 견뎌내고 그 시험(test)을 통과한 상급으로 하프타임에 씌워준 황금 면류관(冕旒冠) 같은 것이었다.
그 후 나는 내 앞에 놓인 잘 닦인 하이웨이(highway)를 최고의 속력으로 거침없이 달려나갔다.
그로부터 17 년 후,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그 일이 있기 전까지………
2018-11-13
Will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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