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이(027-9) 정년 퇴임식 제9막, 퇴임사(2) 내가 의사가 된 이유
인사말이 끝난 후 퇴임사 본론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무대 쪽 조명을 낮추게 하고 ‘나의 소명 나의 인생’이란 제목의 첫 슬라이드를 비췄다.
(그림 1)
“지난 65년 간의 세월을 20분 만에 요약하려니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우선 제가 왜 의사가 되었는가 하는 것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림 2)
저는 1953년에 태어나 다음해인 1954년. 돌 지나고 막 걸음마를 시작하여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때 심한 소아마비에 걸렸습니다.
당시 40도를 오르내리는 고열과 사지마비로 모두들 죽는다 했답니다.
그런데 그 어린 것이 무얼 그리 살겠다고 바둥거렸는지 저승 문 앞에서 돌아왔습니다.
그 때부터 고난의 인생길이 시작되었는데 참으로 다행한 것은 ‘재활원’이라는 걸 만났다는 사실입니다. 즉 현대의학을 만난거죠.
이 재활원이라는 곳이 뭐하는 곳이냐 하면 6.25 전쟁으로 생긴 부상자들과 소아마비 환아의 재활치료를 목적으로 세운 물리치료 센터 같은 곳으로서(정식 명칭은 '부산국립동래재활원’)
(그림 3)
현재 동래 CGV 및 우리들 병원이 들어서 있는 저 자리가 바로 제가 어렸을 적 다녔던 재활원 건물 터였습니다.
(그림 4)
소아마비란 병은 예전엔 한국에 잘 없던 병인데 외국군인들과 함께 물건너 온 한 바이러스가 전쟁 통에 어린 이들에게 창궐하자 이 곳에 각국 적십자사 및 당시 의료선진국이던 스웨덴 의료지원단이 최신 의술과 장비를 제공하면서 이 곳이 한국 재활의학의 산파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받은 현대의학의 혜택은 그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심한 소아마비를 앓게 되면 ‘Equino-varus deformity’
즉 발이 넘어가 발등으로 딛는 심한 변형이 오는데
(그림 5)
이를 교정하기 위해 국민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대구동산병원에서 발 수술을 한 번 받았고
국민학교에 들어간 후에는 짧아진 왼쪽다리 길이 보정을 위해
다리길이를 늘이는 수술을 또 받았지요.
이와 같이 당시 한국의 의료수준으로서는 신기(神技)에 가까울 정도의
현대의학의 도움으로 혼자서 걸을 수 있게 되었고
(그림 6)
비록 평생토록 보조기를 차고 다녀야하긴하지만,
그 덕분에 지금껏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해 올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래서 저는 어려서부터
‘하나님은 왜 죽을 수 밖에 없던 나를 다시 살려주셨을까?’
‘현대의학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이리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을까?’
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해 왔고 그 답으로 구한 것이
‘하나님이 나를 다시 살리신 것은 내가 받아야 할 어떤 소명을 위한 것이고’
‘그 소명은 내가 남에게 받은 대로 남을 도우라는 것이고’
‘그 도우는 길은 훌륭한 의사가 되어 환자를 돌보는 일이다.’
라고 생각하여 의사의 길을 택한 것입니다.
2018-10-26
Will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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