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사사이(027-8) 정년 퇴임식 제8막, 퇴임사(1)

白鏡 2018. 10. 24. 12:08

 사사이(027-8) 정년 퇴임식 제8, 퇴임사(1)

 

이제 드디어 일부 마지막 순서이자 이 날의 하이라이트인 나의 ‘퇴임사’ 차례가 되었다.

처음 퇴임사 시간에 대해 협의를 할 때 과장은

"Last lecture라는 개념으로 생각하시고 한 삼 사십 분 정도 하시지요.” 라 하였으나

퇴임식순이 구체화되어가면서 너무 길다 싶어 20분만 하기로 하였다.

 

막상 시간을 20분으로 줄이고 보니 막막하였다.

65년 동안의 인생을, 한 편의 드라마로 만들어도 될 만큼 드라마틱한 내 인생 여정을,

20분 안에 담아낸다???

 

고심 끝에 두 파트로 나누기로 했다.

태어나서부터 이 병원에 들어오기 전까지의 30년과

이 병원에 들어온 후 지금까지의 35년으로.

 

전반부는

1) 의사가 된 이유

2) 영상의학을 하게 된 경위

3) 영상의학 중에서 초음파를 선택한 이유

4) 백병원에 들어오게 된 사연으로 나누고

 

후반부는

의대교수로서의 인생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와 관련된 인물들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구성하였다.

 

그런데 발표할 내용을 파워포인트로 완성한 후 리허설을 해 보니

20분 가지고는 택도 없었다.

 

덕분에 퇴임식 날 오전까지 빼기 작업을 계속하다

마지막에는 초음파 부분까지 뺐는데도 시간이 모자란다.

 

그러다 다음과 같이 마음먹고 나니 한결 홀가분하였다.

 

‘아이고~~ 20분 넘는다고 누가 잡아가나?

일생에 한 번 있는 일인데 마~~ 편하게 하자. 할 말 다하고.

 

정부를 대신하여 학장이 수여한 훈장수여를 끝으로 각종 수여식이 끝나고난 후

단상으로 나아가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참 감개가 무량합니다.

그리고 퇴임식이란 것, 한 번은 할 만하네요.

 

명절날 오랜만에 가족이 다 모여 먹고 마시며 환담을 나눌 때

나는 내가 더 늙기 전에, 기억이 쇠하기 전에,

이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이들에게 좀 남겨야 되겠다 생각하고

내 살아온 이야기를 할라치면 아이들은 5분을 못 기다리고

 

“에이~~ 아빠 또 자뻑하신다.

그런 이야기는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얘기를 해 줘야 감흥이 있지

아빠 스스로 그런 이야기를 하면 좀 그렇잖아요?

라고 합니다.

 

그러면

“내가 없는 말하나? 있었던 사실을 말하는데 그렇게도 듣기가 싫니?

야이 썅! 때려치우라우!

라는 말로 분위기가 파토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이렇게 많은 분들이, 다른 분들이,

우리 아이들이 듣고 싶었던 얘기를 해 주니 제가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앞에서 축사를 해 주신 네 분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2018-10-23

will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