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이(027-8) 정년 퇴임식 제8막, 퇴임사(1)
이제 드디어 일부 마지막 순서이자 이 날의 하이라이트인 나의 ‘퇴임사’ 차례가 되었다.
처음 퇴임사 시간에 대해 협의를 할 때 과장은
"Last lecture라는 개념으로 생각하시고 한 삼 사십 분 정도 하시지요.” 라 하였으나
퇴임식순이 구체화되어가면서 너무 길다 싶어 20분만 하기로 하였다.
막상 시간을 20분으로 줄이고 보니 막막하였다.
65년 동안의 인생을, 한 편의 드라마로 만들어도 될 만큼 드라마틱한 내 인생 여정을,
20분 안에 담아낸다???
고심 끝에 두 파트로 나누기로 했다.
태어나서부터 이 병원에 들어오기 전까지의 30년과
이 병원에 들어온 후 지금까지의 35년으로.
전반부는
1) 의사가 된 이유
2) 영상의학을 하게 된 경위
3) 영상의학 중에서 초음파를 선택한 이유
4) 백병원에 들어오게 된 사연으로 나누고
후반부는
의대교수로서의 인생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와 관련된 인물들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구성하였다.
그런데 발표할 내용을 파워포인트로 완성한 후 리허설을 해 보니
20분 가지고는 택도 없었다.
덕분에 퇴임식 날 오전까지 빼기 작업을 계속하다
마지막에는 초음파 부분까지 뺐는데도 시간이 모자란다.
그러다 다음과 같이 마음먹고 나니 한결 홀가분하였다.
‘아이고~~ 20분 넘는다고 누가 잡아가나?
일생에 한 번 있는 일인데 마~~ 편하게 하자. 할 말 다하고.’
정부를 대신하여 학장이 수여한 훈장수여를 끝으로 각종 수여식이 끝나고난 후
단상으로 나아가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참 감개가 무량합니다.
그리고 퇴임식이란 것, 한 번은 할 만하네요.
명절날 오랜만에 가족이 다 모여 먹고 마시며 환담을 나눌 때
나는 내가 더 늙기 전에, 기억이 쇠하기 전에,
이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이들에게 좀 남겨야 되겠다 생각하고
내 살아온 이야기를 할라치면 아이들은 5분을 못 기다리고
“에이~~ 아빠 또 자뻑하신다.
그런 이야기는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얘기를 해 줘야 감흥이 있지
아빠 스스로 그런 이야기를 하면 좀 그렇잖아요?”
라고 합니다.
그러면
“내가 없는 말하나? 있었던 사실을 말하는데 그렇게도 듣기가 싫니?
야이 썅! 때려치우라우!”
라는 말로 분위기가 파토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이렇게 많은 분들이, 다른 분들이,
우리 아이들이 듣고 싶었던 얘기를 해 주니 제가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앞에서 축사를 해 주신 네 분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2018-10-23
will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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