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석의 얼굴특강

사얼메(035) 제2장 눈이 둘인 이유 6 - 나의 입장에서 보는 눈, 상대의 입장에서 보는 눈 2

白鏡 2018. 3. 17. 07:20

사람의 얼굴이 전하는 메시지

서문(序文)

1 사람 얼굴, 모양으로 만들었나?

2 눈이 둘인 이유

1. 많이 보고 많이 배우라

2 바로 보고 바로 판단하라

3. 때로는 한 쪽 눈을 감아라

4. 위를 보는 눈, 아래를 보는 눈

5. 관조(觀照)의 눈, 욕망(慾望)의 눈

6. 나의 입장에서 보는 눈, 상대의 입장에서 보는 눈

[일본의 전국시대와 영웅 호걸들]

[간스케와 겐고로의 대화]

 

야마모토 간스께(山本勘助, 1493(1500?)1561)

태생 년도부터 1493, 1500, 1501년 등으로 불분명 하고

나이 마흔이 되도록 로닌(浪人,낭인) 생활을 하면서 행적도 분명치 않은

여러 가지로 미스터리한 인물로서

1543년 그의 비상함을 한 눈에 알아본 다케다 신겐에 의해

파격적인 대우로 발탁되면서 인생의 후반전에 그 빛을 발하게 된다.


그는 추남(醜男)에 애꾸눈에 절름발이에 한쪽 손은 기형(奇形)

참으로 볼품없는 외모의 소유자지만

뛰어난 지략으로 전국시대의 전설적인 군사(軍師)로 이름을 떨쳤고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그의 어록(語錄)

마른 오징어처럼 씹을수록 맛이 난다.

 

# Episode

1547년 음력 8월 다케다 신겐은 오타이하라 전투(小田井原)에서

우에스기군()에 대승(大勝)을 거두고 의기양양하여 다음 해 음력 2

내친 김에 시나노 북부의 세력인 무라카미까지 해 치우려 성급하게 나섰다가

우에다하라 전투(上田原)에서 참혹한 패배를 겪게 된다.


전투에서 지고 자신도 부상을 당하여 30일 간이나 치료를 받아야 했는데

울분에 찬 신겐이 간스케에게 그 패인(敗因)을 물었다.

 

내가 왜 그런 패배를 당했다 생각하는가?’

 

'주군께서 오다이하라 전투에서 10할의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입니다.'

 

'전투에서 완벽하게 승리를 거둔 것이 뭐가 잘 못되었단 말이냐?'

 

그 때 간스께는 다음과 같은 요지의 말을 하였다.

 

전쟁에서 최고의 승리는 5할의 승리고

최악의 승리는 10할의 승리입니다.

5할의 승리는 용기를 낳고,

7할의 승리는 게으름을 낳고,

10할의 승리는 교만을 낳기 때문입니다.

 

신겐은 크게 깨닫고 이를 가슴 깊이 새겨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다 한다.

 

이러한 간스케에게도 한 가지 고민이 있었으니

그것은 주군보다 스무 살이나 많은 자신의 나이 때문이었다.

내가 과연 주군이 천하통일을 이룰 때까지 살아 보필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가신(家臣) 중 젊고 똑똑한 인재를 발굴하여

자신의 후계자로 키우기로 하는데 이 때 가장 눈에 띤 인물이

다케다가()의 꽃미남 겐고로(카스가 토라츠나, 春日虎綱,1527~1578)였다.

 

간스케는 그를 군사(軍師)로 키우기 위해

전투 때마다 그를 대동하고 다니며 실전에서의 전략과 전술을 가르쳤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한 성을 치기 위해 원정(遠征)을 떠났다.


도착 후 성을 바라보니 말 그대로 난공불락의 성이었다.

천하의 간스케도 이 성 앞에서 일주일 동안 진을 치고 봐도

도무지 공략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자 간스케는 옆에 서있는 겐고로에게 묻는다.

 

'너 같으면 저 성을 어떻게 치겠느냐?'

 

그는 기다렸다는 듯 자신에 차서 대답했다.

 

'그 동안 여기 와서 수집한 정보와 첩자들의 보고를 종합한 결과

저 성의 네 성벽 중 북쪽 성벽이 가장 허술하고

마침 그 성벽 쪽에는 숲으로 둘러싸인 오솔길이 하나 나 있습니다.

하여, 달이 없는 그믐날 밤에 그 길을 통해 북쪽 성벽 쪽으로 야습(夜襲).을 가하면

쉽게 함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자 간스케의 우레와 같은 호통이 떨어졌다.

 

'멍청한 녀석!

나는 비록 눈이 하나 밖에 없지만

사물을 바라볼 때 항상 두 눈으로 보려고 노력하며 살아왔다.

헌데 너는 두 눈을 멀쩡히 뜨고 있으면서

어떻게 한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본단 말이냐?'

 

간스케의 칭찬을 기대하며 의기양양하게 서 있던 겐고로는

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가 싶고 열이 바싹 올라 볼멘소리로 물었다.

 

'저는 도무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알아듣게 설명해 주시지요.'

 

'그래? 그러면 하나 물어보자!

네 개의 성벽 중 북쪽이 가장 허술하다는 사실을

네가 더 잘 알겠느냐 아니면 저 성주가 더 잘 알겠느냐?'

 

'그야 저 성주가 더 잘 알겠지요.'

 

'네가 저 성주라면 군사를 어디에 제일 많이 배치하겠느냐?'

 

'그야, 북쪽 성벽이겠지요.'

 

'성의 주변 지형지물(地形地物)에 대해 여기 온 지 일주일 된 네가 더 잘 알겠느냐

아니면 조상 대대로 이 땅에서 살아온 저 성주가 더 잘 알겠느냐?'

 

'그야~~ 저 성주가 더 잘 알겠지요.'

 

'네가 저 성주가 되어 매복조(埋伏組)를 숨긴다면 어디다 숨기겠느냐?'

 

'그야~~~ 오솔길이 난 저 숲 속이겠지요.'

 

갈수록 겐고로의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네가 만일 저 망루(望樓)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성주라면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할까?'

 

'그야~~~~ 우리가 언제 어디로 어떻게 쳐들어올지에 대해 생각하겠지요.'

 

그러자 간스케는 마지막 일격을 가한다.

 

'성을 치려는 자는 먼저 성을 지키는 자의 눈으로 바라본 후

치는 자의 눈을 뜰 때 올바른 방책(方策)이 나오는 법이거늘,

너는 저 성을 바라보면서

일주일 내내 성을 치는 자의 눈으로만 바라보았기 때문에

싸우기도 전에 이미 저 적장에게 진 것이나 다름없다.'

 

위의 이야기는 오래 전에 읽은 한 일본 역사소설에 나오는 내용인데

간스케의 이 말은 순간 내 머리를 강타하였다.

그리고 그 동안 감겨있던 나의 한쪽 눈이 확 뜨이는 것 같았다.

 

눈이 둘인 이유가 무엇인가하는 자문(自問)에 대해

많이 보고 많이 배우라고 그랬겠지라는 매듭 하나 풀고서는

더 이상 풀리지 않던 실타래가 순식간에 줄줄 풀려나가게 된 것이다. 

 

여기서 작가가 말하는 두 눈의 중요성,

즉 나의 입장에서 보는 눈과 상대의 입장에서 보는 눈의 중요성이

비록 상대를 공략하는 데 쓰였지만 이를 일상생활에서 거꾸로 적용하면

얼마나 중요한 메시지로 다가오는지 모른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갈등과 다툼과 상처의 원인이 무엇일까?

 

()와 우(), ()와 사(使), ()와 소(), ()와 자(),

나아가 남()과 여() 사이에 대화가 안통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삿대질 해대는 이 시대의 불행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눈만 크게 뜨고

상대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눈은 아예 감아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거울에 얼굴 한 번 비춰보자.

한 쪽 눈 크게 뜨고 한쪽 눈 감으면 어떤 표정이 될까?


 


크게 뜬 눈 반쯤 감고 닫았던 눈 반쯤 뜨면 어떤 표정이 될까?


 

이제부터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눈을 뜨기 이전에

상대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눈부터 먼저 뜨는 연습을 해 보자.

그리고 두 눈을 반쯤 씩만 떠서 균형을 맞춰보자.

 

그리 하면 서로 이해 못할 일이 뭐 그리 많겠는가?

서로 죽일 놈 살릴 놈 해가며 멱살 잡을 일이 뭐 그리 있겠는가?

세상 일이란 게 지나고 보면 다 우스운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