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석의 얼굴특강

사얼메(034) 제2장 눈이 둘인 이유 6 - 나의 입장에서 보는 눈, 상대의 입장에서 보는 눈 1

白鏡 2018. 3. 13. 16:05

사람의 얼굴이 전하는 메시지

서문(序文)

1 사람 얼굴, 모양으로 만들었나?

2 눈이 둘인 이유

1. 많이 보고 많이 배우라

2 바로 보고 바로 판단하라

3. 때로는 한 쪽 눈을 감아라

4. 위를 보는 눈, 아래를 보는 눈

5. 관조(觀照)의 눈, 욕망(慾望)의 눈

6. 나의 입장에서 보는 눈, 상대의 입장에서 보는 눈

일본의 전국시대와 영웅 호걸들

일본은 중세(中世) 15세기 중반부터 16세기 후반까지

100년 이상 전국시대(戰國時代, 센고쿠 지다이)를 겪게 된다.

 

이 시대의 시작과 끝에 대해서는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어 여러 설()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오닌의 난'(, 1467-1477)이 시작된 1467년부터

무로마치 막부(室町幕府)가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에 의해 무너지던

1573년까지로 잡고 있다.

 

나라 전체를 100년 이상 전쟁으로 날이 지새는 혼란으로 빠뜨린 건

다름 아닌 지도자의 일관성 없는 처사 때문이었다.

 

사건의 시발점은

무로마치 막부(室町幕府)의 제8대 쇼군(將軍, 무신정권의 수장)

아시카가 요시마사[足利義政]가 늦도록 아들이 없어

동생 요시미를 후계자로 정했다가

뒤늦게 늦둥이 아들이 태어나자 후계자 문제를 번복하게 되었다.

 

이에 반발한 요시미 지지파(支持派)와 아들 지지파가 싸우게 되자

목숨을 건 한 판 승부를 놓고

서로 지방 다이묘(大名, 영주)들까지 끌어들이면서 나라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보다 못한 쇼군이 이제 그만하라 해도 말 빨이 영 안 먹혀 들어가

11년 간이나 싸움이 지속되는 바람에 막부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이런 어수룩한 때 한 건 해서 아예 천하를 손에 넣고자 하는

야심 찬 지방호족(영주)들간에 치열한 패권다툼이 일어나면서

나라전체가 내전(內戰)에 휩싸이게 된다.

 

어디에나 마찬가지지만

전쟁이 있는 곳에 구경거리도 많고 이야깃거리도 많고

영웅호걸도 나기 마련.

 

여기에도 세 명의 걸출한 인물이 등장하니

이들은 우리나라 사람도 50대 이상이면 다들 기억할만한 인물들로서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1534 ~1582),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1537~1598),

도쿠가와 이에야스(川家康, 1543~1616)가 그 장본인이다.

 

오다 노부나가는

전국(戰國) 전반기에 가장 강력했던 세력으로서

일본의 반 이상을 손에 넣어 거의 승기를 다 잡다시피 했는데

가장 믿었던 부하 중 하나인 아케치 미츠히데의 반란으로

혼노지(本能寺)라는 절에서 최후를 맞게 된다.

 

노부나가의 사후(死後), 아버지와 함께 사망한 장남 노부타다의 아들인

오다 히데노부(당시 3)가 후계자로 지명되고

그가 후계자가 되도록 일을 꾸민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후견인으로 전면에 나서면서

오다 가문은 그의 수중으로 넘어가게 된다.

 

히데요시는 노부나가에 이어 전국시대(戰國時代) 후반기를 주도하면서

어느 세력도 감히 대들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되는데

1592년 조선을 상대로 임진왜란이라는 패착(敗着)을 두는 바람에

스스로 몰락하게 된다.

 

그가 왜 임진왜란을 일으켰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납득할만한 정답이 없는지라

전쟁을 일으킬 당시에도 가문 내에서 조차 미친 짓이라는 반대가 심했다.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켜 7년이나 끌면서

가문과 나라의 에너지를 낭비하고,

결과적으로 실패한 전쟁, 학살전쟁의 주범이란 비난에 대한 부담에다

 

밖으로는 조선의 명장 이순신,

안으로는 정적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로 인한 악몽 같은 스트레스로

전쟁 내내 피 말리는 나날을 보내다가 1598년 건강악화로 사망하게 되면서

이순신 장군처럼 그의 죽음도 비밀에 부쳐진 채 임진왜란도 막을 내리게 된다.

 

그는 말년에 아들이 없어 조카 히데쓰구를 후계자로 정해 두었다가

그 역시 뒤늦게 아들이 태어나자 1595년 히데쓰구를 모반의 죄로 몰아

그의 가족까지 모두 몰살시키고 아들 히데요리에게 정권을 넘겼다.

 

그는 죽기 전에 이에야스를 비롯한 모든 다이묘들로 하여금

히데요리에게 출성할 것을 맹세하게 하였으나

훗 날 이에야스에 의해 어머니인 요도도노와 함께 자결하게 되니

인생유전(人生流轉), 인생무상(人生無常)이란 말이 참으로 실감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경우 시작은 미약하여

요즈음으로 치면 마이너 리그에 속할 정도로 한 수 아래의 세력이었는데

뛰어난 지략과 남다른 인내심으로 최후의 승자가 되어

1603년 쇼군에 임명되면서 도쿠가와 막부(江戶幕府, 1603-1868)]시대를 열고

일본을 265년 동안 평화의 시대로 이어간다.

 

지금껏 일본의 전국시대에 대해 살펴본 것은

앞으로 나올 이야기의 배경을 설명하고자 함인데

위에 든 세 사람 외에 또 한 사람 알아야 할 인물이 있다.

 

그는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인들에게는 그들 못지않게 잘 알려진

다께다 신겐(武田信玄, 1521~1573)이란 인물이다.

 

 

그는 전국시대 전반기에

오다 노부나가 만큼이나 강력한 세력을 가졌고

일찍 병사하지 않았다면 천하를 통일하고도 남았을 인물로 꼽힌다.

 

노부나가가 그를 얼마나 두려워했는지는

그의 사망 소식을 접한 노부나가가 사흘 밤낮을 잠만 잤다는

일화에서 엿볼 수 있다.

 

일본 최초로 그리고 제일의 조총부대를 가진 노부나가가

그를 그렇게 겁낸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일본 최고의 기마부대를 가졌다는 점이다.


예상치 못한 시간에 순식간에 들이닥치는 기동력에다

요즈음으로 치면 기갑부대나 마찬가지인 가공할 파괴력을 가진 기마대가

노부나가인들 어찌 두렵지 않았겠는가?.

 

그는 손자병법에 심취하였고

손자의 〈군쟁(軍爭)〉편에 나오는 아래의 병법을 신봉하여

 

故其疾如, 其徐如, 侵掠如, 不動如

(군사를 움직일 때는 바람처럼 움직이고, 잠복할 때에는 숲처럼 고요하게 있으며,

적을 찰 때는 불처럼 맹렬히 달려들고, 수비를 할 때는 산처럼 요동치 말아야 한다)

 

그의 기마대는 풍...산이라는 네 글자가 새겨진 군기(軍旗)를 들고 다녀

그를 다루는 드라마나 영화의 재목에도 風林火山 이 곧잘 등장한다.

 

우리나라에는 1980년 일본의 명감독 구로사와 아키라가 감독하고

조지 루카스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가 돈을 대고 제작한

카게무샤(影武者, かげむしゃ, 그림자 무사)로 소개 되었다.

신겐이 강력한 세력을 가지게 된 배경에는

야마모토 간스께(山本勘助, 1493(1500?)-1561)라는 전설적인 군사(軍師)가 있었으니 

이 장에서는 그에 대한 이야기에서 교훈을 얻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