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내가 이 스토리를 페이스북에 올리고 나자
조카로부터 다음과 같은 문자가 왔다.
[삼촌^^ㅋㅋ 작가님 정보가
잘못됐네요 ㅜㅜ 다른 분이에요 ^^
순간 머리가 띵 해졌다.
'아니, 우째 이런 일이????'
결국
앞의 <중편>에서 내가 든 인물은
이 드라마의 작가와 동명이인(同名異人)의 단편독립영화 감독이었던 것이다.
결국 앞에서 "저런 독립영화를 만든 사람이 이번에는 상업 멜로 드라마 작가라니?"
하며 의아해하던 부분이 현실로 드러나면서 스타일 확 구기게 되었다.
아니, 나 같은 사람이 어쩌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변명을 하자면 서로 사는 곳이 다르다 보니 작가와 나는 때때로 작품에 대해 이 메일과 전화로만 의견을 교환했지 서로 실물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에 관한 글을 올리기 전에 내가 획득한 정보가 맞는지 아닌지 조카에게 한 번은 확인했어야 하는 건데 그 간단한 것을 하지 않아 생긴 실수다.
또 다시 내가 신봉하는 독일 속담이 뼈저리게 다가온다.
'믿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확인하는 것은 더 좋은 일이다'
그래서 다시 인터넷에서 <작가, 강지숙>이란 검색어로 샅샅이 뒤져보았다.
하지만 내가 앞에서 든 인물 외에는 나오지 않았다.
조카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야이 샹! 인기작가라면서 우째 작가 사진 한 장도 안 뜨노?" 하고 물었더니
작가가 신인 작가인데다 자신을 잘 드러내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런 모양이래나 어쩌나. 나 이거 원~~.
"이번엔 내가 작가에 대해 소개를 제대로 해야 하니 작가 프로필과 함께 사진 좀 보내라우." 하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 메일로 왔다.
# 드라마 오늘도 청춘 시즌2는
(그러고 보니 내가 한글 제목도 잘 못 썼다)
CJ E&M(한국) 과 VTV(베트남)의
공동제작드라마로
2014년 시즌1을 시작으로
2016년-2017 시즌2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시즌2는 38부작의 수목드라마로
VTV3채널에서 방영이 되고 있으며,
현재 시청률 8%(인구 1억 명)정도의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 감독, 프로듀서, 촬영감독, 배우 등
각 국가의 역할이 동시에 이뤄지는
협업의 프로젝트였습니다.
작가는 강지숙으로
오늘도 청춘 시즌 1, 2를 도맡아 하였습니다.
2015년 10월부터 프리 프러덕션 과정을 시작으로
한국에서 일부 촬영한 후,
베트남에서 촬영을 2016년 11월에 종료한 뒤,
2017년 1월 금주 23부를 방영하였습니다.
공동제작인 만큼
서로 협의하고 리서치하는 등
국내 작품과는 다른 과정에
시간을 많이 투자했습니다.
베트남 내에서는
본 드라마의 시청율만큼이나
인기몰이를 하고 있으며,
전 이번에
프로듀서 겸 제작을 도맡아 하였습니다.
이번에도 작가에 대해선 이름 외에는 아무 말이 없다.
이 부분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Post-Epilogue]
그 동안 드라마나 영화에서 어설픈 의료관련 장면이 나올 때 마다
"사전에 의사에게 한 번이라도 자문을 구했더라면 저런 황당한 장면은 안 나올 텐데….
작가가 게을러 그런가? 아니면 아는 의사가 한 명도 없어 그렇나?"
하는 안타까움에
언젠가 우리나라 작가나 감독이 나에게 그런 자문을 구해온다면
아무리 바빠도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다 이번에 조카와의 연결고리로
우리나라 회사가 만든 드라마에
그것도 청춘물에 등장하는 적지 않은 병원 장면들이
어느 나라 의사가 보더라도
흠잡을 데 없는, 전문성을 띈 장면들을 연출하는데 일조를 했다는 점에서
가슴이 뿌듯하다.
또한 이런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우리야 맨날 만나는 게 주로 의사들이다 보니 몰랐는데
의사 아닌 사람들이, 작가조차도
편하게 자문을 구할만한 의사 한 사람 안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과
한국의 드라마/영화 제작환경이
참으로 열악한 하다는 사실이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자문에 대해 자문료는 고사하고
밥 한끼 못 사고 크레딧에 자막 한자 올리는 것으로 퉁 치는 걸 보니 말이다. ㅎㅎㅎ.
아무튼 이런 열악한 일인(一人)작가(作家) 시스템에서 만들어 낸 우리의 드라마가
요즈음 해외에서 한류바람을 일으키는데 톡톡히 일조를 하고있는 걸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드라마 만드는데 헌신한 모든 분들께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2017-01-23
Revised 2019-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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