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08년,
재미있게 본 영화 한 편이 있는데
다름아닌
'수애' 주연에
'이준익'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님은 먼 곳에'라는 작품이다.
내가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내 조카인 성수 때문이었다.
그는 당시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영화제작 일에 입문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온 데를 돌아다닌다고
얼굴 한 번 보기도 힘들었는데
이 작품 제작에도 참여하여
베트남에 오래? 혹은 자주 들락거렸고
영화가 완성된 후
자신의 이름이 마지막 자막에 나오고
영화에 출연도 하니
한 번 보라 하여 본 것이다.
조카가 영화에 출연한다 하니
얼마나 호기심이 갔겠는가?
그런데 영화 내내
'야~~가 하마나 나오나 하마나 나오나?'
하고 기다렸는데 끝내 안 보여요!
그래서
영화 끝나고
크레딧 자막이 죽 다 올라갈 때까지
인내심을 동원하여
끈기 있게 보고 있으려니
마지막쯤 가서
엑스트라 이름 중에
'우체부 – 한성수'란 글자가
스쳐지나 가는 것 아닌가?!
'아니, 그런데 왜 기억에 없지?
조카 얼굴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다음에 인터넷에서 다운을 받아
우체부 나오는 장면을 유심히 보았더니
영화 초반에
월남 파병 간 남편이
촌에 있는 아내 수에에게 보낸 편지를
우체부가 전하러 오는 장면이 나오는데
편지 왔다는 말 한마디 하면서
전해 주는 장면에서는
수애는 앞모습 우체부는 뒷모습만
편지 전하고 돌아가는 장면에선
마~~~카메라가 멀어지면서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허~~~~~얼~~~'
그 때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평소에 영화를 볼 때
주연 배우와
연기력 좋은 조연배우 몇 명 정도에게만
눈이 따라가고
그 외의 출연자에 대해선
조그만 관심조차 두지 않았었는데
대사는 단 한 마디 하고
영화에 한 5초? 정도 등장하면서
그것도 얼굴은 잘 보여주지도 않는
저런 단역 출연자의 이름도
저렇게 나오는 구나!
하는 사실에
저런 역할까지도 귀하게 여기구나
하는 사실에
뭐랄까~~
영화에 대한 존경심이랄까?
또한
영화 한 편 만드는데
감독과 주 조연 배우들만 애쓴 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땀방울이 녹아 들어 있구나.
그런데 정작
관객인 우리는 몰라주었네!
하는 미안한 마음이랄까?.
그래서
크레딧도 영화의 한 부분인 만큼
배우들 나오는 장면 끝났다고
바로 발딱 일어나 나갈 것이 아니라
그 크레딧이 다 끝날 때까지 앉아서
보아주는 것이
무대 뒤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쓴
많은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 이후로
아내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면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한 사람 한 사람 배역과 이름을 음미하며
혼자 미소 짓는 버릇이 생겼다.
이러다 보니
영화 보는 또 다른 맛이 생겼고
가장 인상에 남는 크레딧도 생겼네요 ^^
거의 대부분의 크레딧이
'만든사람들' 내지는'나오는 사람들'
이란 타이틀 하에 죽 이름이 나오는데
한 영화에선
'나오는 사람들' 하고는
영화에 출연하는 사람들 이름이 죽 나오고
'안 나오는 사람들' 하고는
제작자, 감독 등 영화장면에는 안 나오는
제작진 이름들이 올라가
그 아이디어에 감탄하여
웃음이 저절로 나왔고
그 장면은 아직도 인상 깊게 남아있다..
2017-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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