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사사이(049) 베트남 TV에 이름 나온 사연(전편)

白鏡 2017. 1. 15. 09:40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08,

재미있게 본 영화 한 편이 있는데

다름아닌

'수애' 주연에

'이준익'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님은 먼 곳에'라는 작품이다.


 

내가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내 조카인 성수 때문이었다.

 

그는 당시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영화제작 일에 입문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온 데를 돌아다닌다고

얼굴 한 번 보기도 힘들었는데

 

이 작품 제작에도 참여하여

베트남에 오래? 혹은 자주 들락거렸고

영화가 완성된 후
자신의 이름이 마지막 자막에 나오고

영화에 출연도 하니

한 번 보라 하여 본 것이다.

 

조카가 영화에 출연한다 하니

얼마나 호기심이 갔겠는가?

 

그런데 영화 내내

'~~가 하마나 나오나 하마나 나오나?'
하고 기다렸는데 끝내 안 보여요!

 

그래서

영화 끝나고

크레딧 자막이 죽 다 올라갈 때까지

인내심을 동원하여

끈기 있게 보고 있으려니

 

마지막쯤 가서

엑스트라 이름 중에

'우체부 – 한성수'란 글자가

스쳐지나 가는 것 아닌가?!

 

'아니, 그런데 왜 기억에 없지?

조카 얼굴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다음에 인터넷에서 다운을 받아

우체부 나오는 장면을 유심히 보았더니

 

영화 초반에

월남 파병 간 남편이

촌에 있는 아내 수에에게 보낸 편지를

우체부가 전하러 오는 장면이 나오는데

 

편지 왔다는 말 한마디 하면서

전해 주는 장면에서는

수애는 앞모습 우체부는 뒷모습만


편지 전하고 돌아가는 장면에선

~~~카메라가 멀어지면서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

 

그 때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평소에 영화를 볼 때

주연 배우와

연기력 좋은 조연배우 몇 명 정도에게만

눈이 따라가고

그 외의 출연자에 대해선

조그만 관심조차 두지 않았었는데

 

대사는 단 한 마디 하고

영화에 한 5? 정도 등장하면서

그것도 얼굴은 잘 보여주지도 않는

 

저런 단역 출연자의 이름도

저렇게 나오는 구나!

하는 사실에

 

저런 역할까지도 귀하게 여기구나
하는 사실에

 

뭐랄까~~

영화에 대한 존경심이랄까?

 

또한

영화 한 편 만드는데

감독과 주 조연 배우들만 애쓴 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땀방울이 녹아 들어 있구나.

 

그런데 정작

관객인 우리는 몰라주었네!

하는 미안한 마음이랄까?.

 

그래서

크레딧도 영화의 한 부분인 만큼

배우들 나오는 장면 끝났다고

바로 발딱 일어나 나갈 것이 아니라

 

그 크레딧이 다 끝날 때까지 앉아서

보아주는 것이

무대 뒤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쓴

많은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 이후로

아내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면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한 사람 한 사람 배역과 이름을 음미하며

혼자 미소 짓는 버릇이 생겼다.

 

이러다 보니

영화 보는 또 다른 맛이 생겼고

가장 인상에 남는 크레딧도 생겼네요 ^^

 

거의 대부분의 크레딧이

'만든사람들' 내지는'나오는 사람들'

이란 타이틀 하에 죽 이름이 나오는데

 

한 영화에선

'나오는 사람들' 하고는
영화에 출연하는 사람들 이름이 죽 나오고

 

'안 나오는 사람들' 하고는

제작자, 감독 등 영화장면에는 안 나오는

제작진 이름들이 올라가

 

그 아이디어에 감탄하여

웃음이 저절로 나왔고

그 장면은 아직도 인상 깊게 남아있다..


2017-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