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이(027-2) 정년퇴임식 제2막, 아이구 골치야! 차라리 호텔에서?
3) 어떻게
언제 어디서 할 것인가가 정해지고 나니 바로 닥치는 문제가 식사였다.
장소는 당연히 병원 직원 식당인데 내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내 생각엔 식당 측에 충분한 돈을 주면
자기들이 뷔페 식으로 음식을 장만해줄 줄 알았는데
일언지하에 거절이란다.
병원직원 식사 준비 등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있다는 건 이해가 가나
이 병원교수가 처음으로 은퇴식 만찬을 그 곳에서 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수고 좀 해줄 줄 알았는데,
세상 참 많이 바뀌었다, 참 야박하게 바뀌었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러면 출장뷔페 부르자. 그런데 그것도 안 된단다.
그들이 갈 때 다 치우고 간다는데도 안 된단다. 이유는 못 들었다.
'마~ 호텔에서 하면 이것 저것 생각할 필요 없이, 이꼴 저꼴 안보고 다 해결될 텐데.
마~~호텔에서 하면 밑에 아이들이 해 주는 떡 가만히 앉아서 받아먹기만 하면 될 텐데,
뭐 한다고 남들 안 하는 짓 해가지고 사서 고생하노??'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결국 식사는 주문도시락으로 하기로 하고 명칭도 만찬에서 소찬으로 바꿨다.
그런데 더 골치 아픈 문제가 남았으니…..
초대장울 어느 선까지 보낼 것이며 축사를 몇 명 세울 것이냐는 문제다.
내 입장은
내가 꼭 초대하고 싶은 사람들,
내가 은퇴한다는 사실을 꼭 알려야만 할 사람들,
초대장을 보고 무슨 납입고지서 받는 기분이 안 들 사람들만 초대하고 싶은데
과장의 입장은
외부에서 하면 몰라도 원내에서 행사를 하는 이상 원장 학장 뿐 아니라 부산지역 의료원장과 의약부총장에게도 오든 안 오든 초청장은 보내야 한단다.
그리고 그들이 참석할 경우 축사를 시키지 않을 수 없단다.
그래서 다 온다고 보았을 때 축사할 사람이 토탈 11명이란다.
내가 마~~ 딱 돌아가시겠다.
공식 행사에 하객으로 참석했을 때 제일 지겨운 순서가 무엇이던가?
축사 아니더냐.
'아이고 저거 좀 빨리 안 지나가나?' 하는 게 축사 아니더냐!
허세 부린다고 높은 사람들 모셔다가 그저 형식적인 입 발린 소리 늘어놓는 축사퍼레이드 지겹지도 안하더나?
그래서 나는
나를 누구보다 잘 알고. 나와 밀접한 관계에 있었던 몇 몇 사람들만 모셔서
그들의 진솔한 축사를 듣고 싶었는데,
내가 수혜자(授惠者)가 아니라 수혜자(受惠者)다 보니 모든 걸 내마음대로 할 순 없었다.
2018-09-27
will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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