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얼굴이 전하는 메시지
서문(序文)
제1장 사람 얼굴, 왜 이 모양으로 만들었나?
제2장 눈이 둘인 이유
제3장 귀가 둘인 이유
1. 두 귀로 귀담아 들어라
[대한민국에 가장 많은 장애인]
문제 1) 대한민국에 가장 많은 장애인은?
문제 2) 아래의 두 에피소드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 Episode 1
오래 전 필자가 Junior staff(전임강사 내지 조교수)시절
내가 속한 영상의학과(당시 방사선과) 내에 다소 심각한 문제가 생겨
과장님께 보고 드리러 갔다.
내가 준비해간 내용은
1. 현안 문제 2. 발생배경 3. 대처방안 두 가지(과장님 선택)였다.
먼저 현재 과에 생긴 문제를 보고하고 배경설명 반쯤 했을 때
'뒷말 안 들어도 무슨 말인지 알겠다.'
'글마* 전화번호 대라!'
하면서 바로 전화 수화기를 집어 든다.
당황한 나는
'교수님, 그기~~아이고~**' 하면서 보다 많은 설명을 해야 했다.
문제의 핵심은 그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 Episode 2
11년 전 지리산에 있는 한 펜션으로 여름휴가를 갔다왔다..
며칠 후 친구 몇 명이 모여 밥도 먹고 술도 한 잔 하게 되었다.
자연스레 휴가이야기가 나왔고 각자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 했다
나는 난생처음 가본 펜션이라는데 대해 내 경험도 이야기 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펜션에 대한 여러 정보도 듣고 싶었다.
느긋이 즐겁게 환담하는 자리라 시간에 쫓길 것도 없어.
나는 여행의 출발부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번 휴가는00 과의 전 교수하고 같이 가기로 해 가지고
마~ 차 한대로 가기로 했는기라.
그 날 아침에 전 교수 부부가 우리 집으로 픽업하러 왔는데
차가 폭스바겐 파에톤(Phaeton)이데.'
그러자 말 떨어지기 무섭게 친구 한 명이
'차 좋더나?'
하고 묻는다.
'글쎄~~ 내 SM5보다 별로 좋은지 모르겠던데.'
하고는 다음으로 넘어가려는데 이번에는 다른 친구가
'차 값이 얼만고?'
하고 또 발목을 잡는다.
이러다가는 차 시동도 못 걸겠다 싶어
'그건 모르겠고.'
란 말로 잘라버리고
이제 만덕에서 출발해 김해에 있는 Clay art에 들러 구경하고
점심은 진주 남강에서 장어구이 먹었단 말을 하려는데
'김해에 있는 Clay art에 들러 구경하고'
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클레이 아트가 뭔고?'
하고 묻는 바람에 여기서 시간 또 잡아먹고.
겨우 남강에 도착해 장어이야기 나오니
'장어 맛있더나?'
해서 시간 또 보내고......
'야이 썅, 이러다가는 지리산 가기도 전에 날 새겠다 날 새겠어.'
결국 지리산은 포기하고 남원쯤 가서 이야기 끝내버렸다.
정작 내가 나누고 싶었던 펜션은 '펜'자도 못 꺼내보고 말이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어느 누구도 내가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묻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런 것이 대부분의 우리네 대화다.
이야기가 조금만 길어지면 끝까지 듣고 있지를 못한다.
남 말하는 중간에 혼자 섣부른 결론을 내리거나
중간에 끼어들어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서만 치고 빠진다.
상대방이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가, 나아가
어떤 의도로 이런 말을 하는가에 대해서까지 생각해 가며
진득하니 들어주는 사람이 참으로 드물다.
그래서 필자는 강의 시간에 종종 다음과 같이 묻고 답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장애인은 어떤 장애인일까요?'
'정답은 대화 장애인입니다.'
대화를 할 줄 모르니 토론을 할 줄 모르고
토론을 할 줄 모르니 회의는 더욱 할 줄 모른다.
의과대학 교수 생활 35년에 얼마나 많은 회의에 참석했겠는가?
그러나 지금껏 기억에 남을만한 멋진 회의, 회의다운 회의를 해 본 적이 없다.
소위 교수란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회의가 이 모양이니
'한국사람들은 회의(會議)를 하면 할수록 회의(懷疑)에 빠진다'
라는 자조(自嘲)섞인 우스갯소리까지 생겨난 모양이다.
================================= 참고 ===================================
<경상도 사투리 해설>
* 글마 à 그 녀석, 그 놈
** 그기~ 아이고~ à 그것이 아니고요
@Tip 한국인과 대화하는 요령
1, 하고 싶은 말은 3분 내로 끝내라.
(한국인이 남의 말 중간에 안 자르고 들어주는 인내심의 한계는
3분을 넘지 않는다. 이건 우리 집 식구들도 마찬가지)
2. 결론부터 말하라.
상대가 궁금해서 질문을 해 대면 그 때가서 본론, 서론을 말하라.
서론부터 시작했다간 본론도 옳게 도달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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