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왕의 인물산책] 성삼제 교육부 지방교육재정담당관 | |
"일제가 왜곡한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를 불교계가 불사(佛事) 차원에서 나서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과거이자 미래인 고조선 역사 논쟁은 계속돼야 합니다."
성삼제(成三濟·47) 교육부 지방교육재정담당관. 대구 동일교회 성경환 원로목사의 손자로 안수집사인 그는 지난해 10월 '고조선-사라진 역사'(동아일보사 간)를 낸 뒤 그렇게 말했다. 이화여고에 다니는 딸 유리가 고조선의 역사를 바르게 알도록 썼다는 이 책은 신문에 서평 한 줄 나지 않았지만 입소문을 타 벌써 6쇄를 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데 일그러진 우리 고대사에 몰두하고 책으로까지 내게 된 것에 대해 그는 '인연'이라고 불교식으로 표현했다. 고교평준화가 된 첫 해 불교재단학교인 능인고에 입학해 불경을 배웠다. 목사인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성 씨를 학교에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심했지만 정작 그는 불경 배우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후 연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들어갔다가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아내 김인숙 씨(44·변호사)와 함께 고시 공부를 시작,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그리고 교육부에서 일본역사교과서 왜곡대책반 실무반장을 맡아 일하면서 일연 스님의 저서를 통해 고조선 역사를 접했다. 크리스천이 불교와 고대사에 친밀해진 이러한 과정이 절대 우연은 아닐 것이란 얘기다.
실무반장이던 2001년부터 왜곡의 쟁점을 하나하나 비망록에 정리했다. 학자들의 증언과 사료를 통해 찾은 내용들. 그 과정에서 고대사 왜곡 사실을 다수 확인했다.
실무반장으로 활동은 1년 만에 끝났지만 그의 사라진 역사 찾기는 끝나지 않았다. 4년여간 여가 시간은 거의 이 일에 쓰였다. 그간 읽은 책이 2천여 권은 족히 되고, 비망록은 책을 10권 내도 될 분량으로 늘었다.
삼국유사의 왜곡 사실을 들은 아내가 울먹이며 "당신 혼자의 일이 아니라 역사적 범죄 행위이므로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격려, 비망록의 일부를 정리해 출판했다. 그게 일연 스님의 탄신 800주년(2006년) 바로 전해 가을이었다.
그는 책에서 조선 중종조 1512년 경주부윤 이계복이 목판본으로 간행한 삼국유사 임신본 고조선편에 나오는 석유환인(昔有桓因)이란 네 글자에 주목했다. 일제가 이 글자를 문제삼아 단군시대에 불교용어인 환인이 나타나는 것으로 미뤄 삼국유사 고조선편은 허구라고 주장했다. 이에 육당 최남선은 석유환국(昔有桓國)이 석유환인(昔有桓因)으로 일본 학자에 의해 조작됐다고 맞받았다.
성 담당관은 관련 자료와 학자를 수소문했다. 그 결과 일본 교토대학이 1921년 발행한 삼국유사 영인본은 인(因)으로 되어 있으나 목판본에 붓글씨로 덧칠한 흔적이 역력했다. 하지만 동경제대가 일제의 조선 강점 이전인 1904년 발행한 동경제국대학학장판(국립중앙도서관 소장)에는 분명히 국(國)자로 표기돼 있었다. 육당이 그렇게 확인하고 싶었던 글자였다. ------------------------------------------------
(펀주)
왼쪽이 원래의 판본.
------------------------------------------------- 국(國)과 인(因) 두 글자가 중요한 이유는 일연 스님이 역사 조작 누명을 벗는 것 외에도 고조선 이전에 환국이란 나라가 있었다면 우리의 고대사가 고조선 이전으로 훨씬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단군을 역사가 아니라 신화로 만들려 했던 일제에게 환국이란 존재는 어쩌면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수 있다.
"조선 식민 통치를 위해 일본이 조작한 역사를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이 바로잡지 않고 있는 연유를 모르겠다는 일본 고위관계자의 말을 듣고 너무도 부끄러웠습니다."
그는 또 중국 연나라 화폐로 알려진 명도전에 주목한다. 가마니째 나오기도 하는 명도전의 출토지 분포도를 보면 고조선의 영토와 정확히 일치하나 연나라 영토에서는 전혀 발굴되지 않는다. 중국 흑룡강성이 발행한 2004년 논문집에서 중국 장보촨 교수(2000년 작고)가 '명도전은 고조선의 화폐'라고 주장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실 중국학자들은 갑골문자까지 해독해 내지만 명도전에 쓰인 문자는 해독하지 못하고 있다. 성 담당관은 "명도전에 쓰인 글자가 고조선 문자이기 때문일 것"이라며 "명도전을 연구하면 고조선 문자를 복원하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펀주)
명도전 사진들
중국 고대책인 [산해경(山海經)]에 보면 중국 진(晋)나라의 학자인 곽박[郭璞, 276~324]은 고조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고조선은) 도덕(道德)을 귀중하게 여겼고 문자가 있었으며 금과 은이 있었고 돈(화폐)가 있었다."
(貴道德 有 文書 金銀 錢貨)
곽박은고조선에 중국식 한자와는 다른 고유의 문자가 있었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위 명도전 사진에서도 중국식 한자와는 다른 것 같은 문자가 보인다.)
고조선에 돈(화폐)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이 바로 [명도전]이 아닌가 한다.
[산해경에 나온 (고)조선도 불교의 뿌리] <- 관련글 --------------------------------------------------
책은 이외에도 아시아와 유럽에서 발견되는 청동기시대 유적인 고인돌의 절반이 한반도에 있고, 청동기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전해졌다는 외국 논문도 발굴해 수록했다. 우리 교과서에 실린 역사와 다른 얘기들이다. 그의 책이 이처럼 엄청난 내용을 담고 있지만 현존하는 자료를 토대로 삼았다는 점에서 여느 기서나 비기와 다르다.
"어릴 때 정화여고 자리에 있던 고인돌 주위에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는 성 담당관은 특히 일연 스님의 명예회복을 위해 불가(佛家)와 경북도, 군위군이 나서기를 기대했다. 그가 할 일은 비망록을 틈틈이 책으로 옮기고 또 다른 사라진 역사를 찾는 것뿐이다.
서울정치팀장 jwchoi@msnet.co.kr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
- 2006년 08월 21일 - |
출처 -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36937&yy=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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