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석의 얼굴특강

사얼메(013) 제2장 눈이 둘인 이유 - 독서(1) 일본의 저력(底力)

白鏡 2017. 12. 8. 07:12

사람의 얼굴이 전하는 메시지

서문(序文)

1 사람 얼굴, 모양으로 만들었나?

2 눈이 둘인 이유

1. 많이 보고 많이 배우라

자연(自然)

독서(讀書)

 1. 일본의 저력(底力)

 

1984 9, 당시 나이 32,  

나는 부산 발 동경 행 KAL기 안에서 눈을 감고 앉아 이런 저런 상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명목상의 방문 목적은

본원(本院) 암센터 개소를 앞두고

며칠 간 동경 암연구소와 동경여자대학 부속 암센터를 둘러보고 벤치마킹 하는 것.

 

그 때 나는

난생 처음 외국을 간다는 것에다

선진의학의 현장을 둘러본다는 기대감도 컷지만

그 보다 더 가슴 설레는 것은

일본이 그렇게 발전하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이 뭔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이었다.

 

우리에게 일본은 어떤 나라였나?

반만년 우리 역사 중 4천9백 년 동안 제대로 나라취급도 안 해주고

나라이름까지 왜()라 부르며 미개인 취급했던 나라 아니던가?

 

그러던 나라가

우리나라를 식민지 삼고

세계대전으로 온 나라가 잿더미가 되고,

세상에서 유일하게(현재까지) 원자탄까지 맞고,

패전국, 전범국으로서 막대한 전쟁배상까지 해야 했던 나라가

 

전후(戰後) 40년이란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저렇게 발전된 강대국이 되어

이젠 스스로 미국 다음가는 나라라고 큰 소리치고 나올 정도가 되었는지?

도대체 그 원동력은, 그 괴력(怪力)은 어디서 나오는지 참으로 궁금했던 것이다.

 

나리타 공항에 도착 후 도쿄시내로 들어와 차로 이동하면서

건물과 도로를 유심히 살펴보니 서울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병원들을 방문하여서는

case conference 시간에

(실제 환자에 대한 임상 정보를 내 놓고 진단 및 치료 대해 토론 하는 시간)

한국에서 전문의 딴 지 갓 1년 반 밖에 안 된 내가 

그 쪽 대가들과의 토론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고


내 전공인 초음파실에 가서는

후진국에서 온 새파란 햇병아리 의사라고 

눈을 내리깔고 건방을 떠는 초음파 경력 15년 차의 욋과 의사와 한 판 붙어

그 방에 파견 나온 내, 외과 의사들 앞에서 아작을 내 버렸다.


그러고 나니  

'이거 뭐야??? 아무 것도 아니잖아!'

하는 건방진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다가 내가 확 깨진 건 전철을 탔을 때였다.

 

퇴근 무렵이라 전철 안은 붐볐다.

그런데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말 할 것 없고

서 있는 사람들도 반 정도는 무언가를 읽고 있는 것 아닌가!

 

전철 안이 어떤 곳인가?

독서하기에는 최악의 장소 아닌가?

저녁시간이 어떤 시간인가?

하루 종일 일 하고 다들 지친 시간 아닌가?


그런데도 저렇게 많은 사람이

저런 곳에서 저런 시간에 책을 읽고 있다니???!!!

 

그래, 바로 저거야.

저 힘이,

저 엄청난 독서열(讀書熱)

저 미개하던 국민들을 일깨우고

저 나라를 저렇게 부강하게 만들었구나.

저런 독서열이 식지 않는 한 저 나라는 망하지 않겠구나.

무서운 나라다.


전율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