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얼굴이 전하는 메시지
서문(序文)
제1장 사람 얼굴, 왜 이 모양으로 만들었나?
제2장 눈이 둘인 이유
1. 많이 보고 많이 배우라
ㄱ. 자연(自然)
ㄴ. 독서(讀書)
1. 일본의 저력(底力)
1984년 9월, 당시 나이 32세,
나는 부산 발 동경 행 KAL기 안에서 눈을 감고 앉아 이런 저런 상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명목상의 방문 목적은
본원(本院) 암센터 개소를 앞두고
며칠 간 동경 암연구소와 동경여자대학 부속 암센터를 둘러보고 벤치마킹 하는 것.
그 때 나는
난생 처음 외국을 간다는 것에다
선진의학의 현장을 둘러본다는 기대감도 컷지만
그 보다 더 가슴 설레는 것은
일본이 그렇게 발전하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이 뭔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이었다.
우리에게 일본은 어떤 나라였나?
반만년 우리 역사 중 4천9백 년 동안 제대로 나라취급도 안 해주고
나라이름까지 왜(倭)라 부르며 미개인 취급했던 나라 아니던가?
그러던 나라가
우리나라를 식민지 삼고
세계대전으로 온 나라가 잿더미가 되고,
세상에서 유일하게(현재까지) 원자탄까지 맞고,
패전국, 전범국으로서 막대한 전쟁배상까지 해야 했던 나라가
전후(戰後) 40년이란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저렇게 발전된 강대국이 되어
이젠 스스로 미국 다음가는 나라라고 큰 소리치고 나올 정도가 되었는지?
도대체 그 원동력은, 그 괴력(怪力)은 어디서 나오는지 참으로 궁금했던 것이다.
나리타 공항에 도착 후 도쿄시내로 들어와 차로 이동하면서
건물과 도로를 유심히 살펴보니 서울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병원들을 방문하여서는
case conference 시간에
(실제 환자에 대한 임상 정보를 내 놓고 진단 및 치료 대해 토론 하는 시간)
한국에서 전문의 딴 지 갓 1년 반 밖에 안 된 내가
그 쪽 대가들과의 토론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고
내 전공인 초음파실에 가서는
후진국에서 온 새파란 햇병아리 의사라고
눈을 내리깔고 건방을 떠는 초음파 경력 15년 차의 욋과 의사와 한 판 붙어
그 방에 파견 나온 내, 외과 의사들 앞에서 아작을 내 버렸다.
그러고 나니
'이거 뭐야??? 아무 것도 아니잖아!'
하는 건방진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다가 내가 확 깨진 건 전철을 탔을 때였다.
퇴근 무렵이라 전철 안은 붐볐다.
그런데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말 할 것 없고
서 있는 사람들도 반 정도는 무언가를 읽고 있는 것 아닌가!
전철 안이 어떤 곳인가?
독서하기에는 최악의 장소 아닌가?
저녁시간이 어떤 시간인가?
하루 종일 일 하고 다들 지친 시간 아닌가?
그런데도 저렇게 많은 사람이
저런 곳에서 저런 시간에 책을 읽고 있다니???!!!
그래, 바로 저거야.
저 힘이,
저 엄청난 독서열(讀書熱)이
저 미개하던 국민들을 일깨우고
저 나라를 저렇게 부강하게 만들었구나.
저런 독서열이 식지 않는 한 저 나라는 망하지 않겠구나.
무서운 나라다.
전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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