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모·번개 후기

[스크랩] 퐁듀번개 참석 Report

白鏡 2006. 4. 20. 08:59

번개후기(2006-04-14)

A. 출발 전

작년 12월 춘부장이 주최한 ‘해조음’에서의 라이브 번개에 처음 참석한 후

번개가 있을 때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참석을 잘 못하였는데 이 카페에

회원으로 등록한 후 색다른 집이 없나 하고 찾던 중 ‘퐁듀’란 이름을 접하고

한 번 가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퐁듀번개‘를 한다는 공고에

눈이 번쩍 띄어 만사를 제쳐두고 참석하기로 하였다.

드디어 그 날이 오고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혹시 내 차에 동승할지도 모르는

회원들을 위해 위치부터 정확히 알고 가야겠다는 생각에(나를 아는 사람들은

나를 ‘길치’로 알고 있다,) 카페에 들어가 위치에 대한 검색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몇 십번의 클릭을 해가며 찾아도 내가 원하는 정확한 약도는 찾을 수

없고(우리 카페의 검색창에 많은 문제가 있다. 이것은 다음에 논의하기로 하고)

글로 써 놓은 설명만 있어 지도전문 사이트인 ‘멥토피아’에 들어가 두드려

보아도 이놈도 도움이 안 돼. 마침 ‘카페 ON'에 동글님이 있어 메모를 보내

Help를 요청.

그러나 이것도 글로 쓰는 설명이다 보니 나 같은 길치한테는 또 도움이 안 돼.

최후로 ‘전망좋은방’으로 전화를 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말은 같은 한국말을 쓰는 것 같은데 대화내용은

마치 한국 사람과 아프리카사람이 하는 대화 같아 점점 체온이 오르기 시작하기에

대충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위치를 물어본다고 미리 불러 놓은 제자가 전화대용을 듣고 있다가

이제야 감 잡았다 하면서 약도를 그려주는데 너무나 쉬운 위치였다.

그래서 “야 ~~ 이렇게 간단한 걸 한국말로 설명하기가 그렇게도 힘든가?

역시 이 친구 똑똑하군.“ 하고 점점 더 그 제자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이제 길은 알았고 갈 일만 남았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며칠 전에 온 비 때문에

내 차의 안팎이 지저분한 것이 떠올라 혹시 다른 회원이 탈지도 모른다 싶어

점심시간에 세차를 해오라고 보냈다.

오후 들어 카페에 들어가 보았더니 분명 카풀을 요청한 사람들이 있는데도

내차를 타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네요.

“ 나 이거 원, 내가 가는 코-스를 그렇게 자세하게 올려놓았는데도 어째 내

차를 타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냐? 다들 내가 길치인걸 아나? 아니면 말고. “


B. 출발 ~ 도착

6시 10분 개금 출발 ~~~ 하기 전에 문득 생각나는 것이 내가 무슨 무슨 이름

외우는 데는 정말 젬병이라 후기 쓸 생각하니 막막하여 제임스본드가 쓰던(??)

비장의 무기를 꺼내 안 호주머니에 꼽았다.

(사진 1) 앞에서 보면 만년필, 옆에서 보면 녹음기




고가로, 터널, 대교 등을 기분 좋게 달려서 달맞이 고개를 올라가 ‘언덕위의 집’을

지나 약 30미터 올라가니 제자가 가르쳐준 대로 비보호 좌회전 길이 나온다.

거기서 11시 방향으로 확 꺾어라 그랬지.

시킨 대로 했더니 약 10 미터 정도 올라가 눈앞에 바로 목적지라 너무 쉽게 찾다보니

좀 싱겁기도 했다.


C. Restaurant에서

도착한 시각이 7시.

주차요원에게 차를 맡기고 외관을 관찰하면서 사진을 한 컷 찍었다.(사진 2)



그런데 예전에 이 집 사진을 보았을 때 워낙 분위기 있어 보여 너무 기대가

커서 그런지 실물을 보니 그렇게 ‘로맨틱’해 보이진 않아 역시 사진의 감과

실물의 감은 다르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종업원이 몇 분 이세요 하고 묻기에 ‘맛집’회원인데요

했더니 지하실에 준비되었다고 따라오란다.

몇 발짝 따라가다 혹시 싶어 “밑에도 화장실이 있어요?”하고 물었더니

“화장실은 1층에만 있는데요.” 한다.

어이쿠, 싶어 화장실부터 갔다가 내려갔더니

회원이 아무도 없네요.


테이블 세팅이 되어있는 빈방을 한 번 들러보고 창밖을 보았더니 널찍한

테라스가 바다 쪽으로 나있어 나가보았더니 조그만 화분들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고 어린이를 위한 놀이기구도 구비되어 있었다. (사진 3,4)





그런데 아쉽게도 아래쪽에서 자라 올라온 소나무가 너무 자라 바다풍경을

거의 막고 있어 ‘전망좋은방’이 ‘전망가린방’으로 되어버렸다.(사진 5)



이리저리 사진을 찍고 있는데 여성회원 한 분이 들어왔다.

순간적으로 ‘화이또앗싸’님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고 가서 인사를 했더니

그렇다 하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닉의 소개가 끝난 후

“혹시 000에 근무안하세요?” 하기에 깜짝 놀라

“아니, 그걸 어떻게 아세요?” 했더니

“저~~ 00학번인데요.” 한다.

알고 보니 내 제자였다. 야~ 참 세상 좁구먼.

이래서 세상살이는 평소에 나쁜 짓 하고 살면 안 돼.  


조금 있으니 동글님이 와서 인사하니 자신은 일찍 온 아줌마 회원

몇 분과 함께 옆집에 있다 왔단다.


그럭저럭 회원들이 도착하자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졌다.

음식재료들이 일부 들어오자마자 우리 회원들

서부영화에서 건맨들이 속사포 권총 뽑아들듯

일제히 호주머니에서 디카를 뽑아들더니 여기서 번쩍, 저기서 번쩍,

무차별 발포를 시작하자 놀라 눈이 동그래진 종업원들과 ‘찌짐’님

“야~~ 이건 맛집회원 모임이 아니라 무슨 사진 동호회 같네요!!”

하면서 감탄사를 발한다.


발통님 차에 탄 한 팀 빼고 다 도착하자 자리를 배치하게 되었는데

운영자인 소다수님이 어떻게 배치해야할지 다소 난감한 폼을 잡더니

“Gloria님부터 앉으시면 좌석을  배정하겠습니다.” 한다. 속으로

‘내가 그렇게 늙어 보이나?’하면서 자리에 앉았더니 이번에는

“글로리아님 앞에는 쿠키맘님이 앉으시죠.” 하고는 제일 나이가 들어보이는

사람들로 테이블을 채우길레

‘이 양반이 경로당 차릴 일이 있나? ㅋㅋ’ 하면서 빙긋이 웃음이 나왔다.


드디어 발통님 차에 탄 4명이 도착하여 식사 시작.

식사가 시작되자 쿠키맘님과 자리를 함께한 것이 얼마나 행운이었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우선 “‘퐁듀가 무슨 뜻이지요?” 하고 물었더니

퐁듀란 원래 ‘스위스’에서 유래한 요리법으로서 스위스에 눈이 많이 오다

보니 폭설이 내리면 일주일 혹은 열흘씩 외부와 두절되어 집에 있는 음식

재료로만 요리를 할 수 밖에 없어 마치 우리나라의 부대찌개처럼 먹다 남은

치즈조각 등 이것저것 다 집어넣고 요리를 만들어 먹은 것이 발전한 것이라 하였다.

이것을 시초로 해서 음식이 나올 때마다 설명을 곁들이면서 직접 떠 주기도 하여

(사진 6)



우리 테이블은 수강료도 안 내고 요리강의를 들을 뿐 아니라 요리 선생님의

서-브까지 받았으니 이런걸 두고 옛사람들이 ‘꿩 먹고 알 먹고’라고 표현하였것다.


음식은 하나하나가 독특한 맛을 지니면서 모든 메뉴가 다 맛이 있었다.

“ Hmmm ... very good !! "

(각 각의 메뉴에 대해서는 다른 분들이 멋진 사진과 함께 상세한 설명을 많이

올렸기 때문에 중복을 피하는 의미에서 생략 함)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퐁듀라는 것이 일종의 서양식 샤브샤브로서 끓는 올리브유에 음식을 담궈 익혀

먹는 방식인데 문제는 샤브용 기구였다.

문제 1) 금속으로 되어있고 열을 가하기 때문에 자칫 기구에 손을 데일 우려가

        있다.(사진 7)-아람님 사진


     2)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기 때문에 건져내기 전까지는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알 수가 없다. (사진 8)-아람님 사진



     3) 끓는 기름이 튀기 때문에 누구나 한 번 이상은 손에 불침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사진 9)-아람님 사진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기구를 금속 대신 Fiberglass 같은 재질로 하고,

기름이 튀지 않게 보다 높이 만들고,

옆으로 네 개 정도의 홈을 파서

쇠꼬챙이를 위로 넣지 않고 홈 사이로 끼워 넣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음식을 먹는 동안 ‘소다수’님이 웨이터 차림으로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사진 10)



빈 와인 잔을 채워주는 바람에 내 나고 나서 이런 고품격 웨이터 서브 받아보기도

처음이라 기분이 아주 흐뭇하였고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진짜 웨이터와 혼동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치즈퐁듀까지 잘 먹고 나니 배가 하도 불러 테라스로 나왔는데 갑자기

배 안에서 장이 꿈~틀 하면서 산모 아기틀기 시작할 때처럼 싸리한 고통이 밀물같이

밀려왔다간 썰물처럼 빠져 나간다.

‘自然이 나를 부르는 구나’(Nature calls me !!) 싶어서 재판을 받으러 갔는데

재판정에 들어가자마자 문부터 잠그고 윗옷을 벗어 걸려니 아무리 둘러보아도 옷을

걸어둘 고리가 없네요.

최후 수단으로 변기통 위에 두려고 정화수가 있는 곳 뚜껑을 보니

이것도 보통 것보다 좁아 옷을 둘둘 말고 접어서 간신히 올려놓고

드디어 좌정하려는데 화장실 안이 너무 비좁아 몸을 꽈배기처럼 꼬아 겨우 앉았다.

앉고 보니 나 같은 숏다리가 앉았는데도 무릎과 문 사이에 간격이 얼마 않되 키 큰

서양인이라도 오면 무릎이 빠져나갈 구멍이라도 두 개 뚫어놓아야 되지 않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명상의 시간 동안, 좋은 음식 잘 먹고 내 배가 왜 이런가 생각해 보았더니 두 가지

정도의 이유가 생각났다.

처음 시작 할 때 조리시간을 잘 몰라 충분히 익은 줄 알고 입에 넣은 연어가 속까지

열이 전달되지 않아 겉은 따뜻한데 안이 찹찹하면서 물컹하는 느낌에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들도 사용하는 퐁듀조리기에 도로 넣을 수도 없고 뱉을 수도

없어 그냥 꿀꺽 삼킨 것이 평소에도 예민한 나의 장을 자극한 것 같고, 메인메뉴가

전부 올리브유에 담근 것인데다 많은 양의 치즈가 간만에 속으로 들어가니 다소

느끼한 맛과 함께 장이 좀 놀란 것 같았다.

 

아무튼 무사히 재판을 받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자리에 돌아왔는데

조금 있으니 또 밀물이 밀려오는 것 아닌가.

다시금 아래 위층 오르내릴 생각을 하니 끔찍해서 아쉽지만 결단을 내리고

동글님과 소다수님에게 가서 오늘 다른 약속이 있어 먼저 가보아야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분위기 깨지 않기 위해 혼자 살며시 빠져나왔다.

같은 테이블에 있던 쿠쿠맘님, 행복한 하루님, 다림님에게 인사도 없이

가버린 점 사과드린다.


D. 옥에 티 몇 가지

1) 일층과 지하층 사이 난간에 손잡이가 전혀 없어 장애인이나 노약자에 대한 배려가

   다소 부족하다.

2) 화장실이 너무 비좁다.

3) 주방을 확인하진 못했지만 외벽에 난 환풍구의 위치로 보아서 주방이 화장실과

   바로 붙어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사람의 몸통 중 입에서 제일 먼 곳에 있는 장기가 항문이듯이 주방과 화장실은

   가능한 한 떨어져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사장님이 다른 곳에서 개업할 땐 참고

   하시압.)   

4)서빙 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좀 더 밝았으면 좋겠다.

5) 음식을 먹기 전에 각 재료에 따라 가장 적당한 조리시간, 익은 것을 감별하는

   방법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손이 데이지 않도록 미리 주의를 주는 것

   이 좋겠다.   

6) 홍합스프를 먹을 때 각자 덜어 먹을 수 있도록 큰 스푼 하나와 국물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한 사람당 하나씩 나누어 주었으면.

   맛이 좋아 많이 먹고 싶었는데 처음 만나는 남녀가 같은 그릇에 서로 다른

   숟가락을 담그려니 여자분들 에게 미안해서 몇 숫갈 먹지도 못했다.

7) 찍어 먹는 소-스도 두 사람 앞에 하나씩 나와 한 입 베어 먹은 것을 옆에 사람도

   같이 사용하는 곳에 다시 찍으려니 눈치가 보였다.

8) 다음부터는 좌석배치 시 20대에서 50대 까지 골고루 앉혔으면 좋겠다.

E. 총평

 ‘전망좋은방’에 대해서는 위에 지적한 몇 가지 문제가 있기는 하나 레스토랑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맛’ 그 자체 이므로 점수를 매기자면 ♤♤♤♤♤ 만점에

♤♤♤♤를 주어도 무리가 없지 싶다.

회원들 대부분 시간도 잘 지켰고 손님으로서의 매너도 좋은 편 이었다.

번개를 주최한 동글이님 그리고 운영자로 참석하신 소다수님 매끄럽고 깔끔한

진행과 Host 및 Hostess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또한 회원들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풍성한 내용을 제공해 주고 세 시간 이상을 서서

조리하고 설명해 주면서도 전혀 피곤한 기색도 없이 시종일관 미소 띤 얼굴로

맞아 준 ‘찌짐’님께 감사와 감동을 큰 박수에 실어 보낸다.

 

출처 : ★부산 맛집기행★
글쓴이 : Glori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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