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
정답던 얘기 가슴에 가득하고 푸르른 저 별빛도 외로워라
사랑했기에 멀리 떠난 님은 언제나 모습 꿈속에 있네
먹구름 울고 찬 서리 친다 해도 바람 따라 제비 돌아오는 날
고운 눈망울 깊이 간직한 채 당신의 사랑 품으렵니다
아 그리워라 잊지 못할 내 님이여 너 지금 어디 방황하고 있나
어둠 뚫고 흘러내린 눈물도 기다림 속에 님을 그리네
바람 따라 제비 돌아오는 날 당신의 사랑 품으렵니다
이 노래는 젊은 시절 나의 단골 18번으로서 노래 부를 일이 있으면 항상
이 노래를 먼저 했다. 그리고 그때 까지만 해도 이 노래가 우리나라 노래인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당시 한창 유행하던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를 한 편 보게 되었는데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부상을 입고 멕시코의 한 조그만 마을에서 숨어 지내다가 몸을 회복하고 떠나가게 되어
그 동안 정들었던 마을사람들이 마을 어귀까지 따라 나오면서 배웅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때 세 명의 남자가 Mexican기타를 들고 작별의 노래를 부르는데 바로 조영남의 제비가 아닌가!
그 때서야 이 노래가 우리나라 노래가 아니란 걸 알았고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때 영화에서 노래를 부르던 세 사람이 Trio Los Panchos였는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 식으로 remake된 이 제비는 마치 우리나라 노래인 양 우리 정서에 와 닿고
주옥 같은 노랫말과 함께 조영남씨의 그 대단한 가창력이 어우러져 언제 들어도 원곡에 못지않은 또 다른 감흥을 준다.
-La Golondrina-
제비의 원곡인 ‘라 골론드리나’란 노래는 멕시코 민요로서 지금 불리 우는 노랫말은 프랑스의 멕시코 침공 시 포로로 잡혀 프랑스에 끌려갔던 멕시코인 의사 Narciso Serradell Sevilla에 의해 1862년 쓰여졌는데
스페인어로 된 이 서정시는 고향을 그리는 망명객의 애끓는 감상(sentimentalism)을 겨울을 나기 위해 먼 길을 떠나는 제비의 이미지(image)에 빗대어 노래하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인하여 그 후 이 노래는 숱한 외침과 내전, 독재 등으로 얼룩진 멕시코의 불행한 근대사가 만들어낸 수많은 망명객들의 주제가가 되었다 하니
일제시대 때 해외로 망명을 가서 독립운동을 하던 애국지사들이 ‘올드 랭 싸인’ 이란 스코틀랜드 민요(Old lang sign 혹은 Auld Lang Syne)에 애국가 가사를 붙여 부르던 그 심정이 애잔히 전해져 오는 것 같다.
이 후 이 노래는 주로 작별의 노래로 불리게 되었는데 음반의 역사로 보면 1906년 Señor Francisco에 의해 처음으로 녹음되었고 이어 Nat KingCole(1962), Plácido Domingo(1984)등 세계적인 가수들에 의해 리바이블 되었다.
하지만 이 노래는 누가 뭐래도 멕시칸 기타에 멕시칸 화음으로 멕시칸이 부르는 Trio Los Panchos의 노래로 들어야 제 맛이 난다.
마지막으로 원곡의 가사를 한 번 음미해 보자.
이 노래의 원어 가사는 스페인어로 되어있는데 한국어 버전이 두개 정도 나와 있고 그 중 하나를 소개하면
여기를 떠나가는 제비는
아, 혹시 바람 속에서 은둔처를 찾다가 길을 잃었나
아니면 은둔처를 찾지 못하나?
내 침대 곁에 그의 보금 자리를 만들어주리
그곳에서 계절을 보낼 수 있으리라
…………………………………………………………….”
뭐 이런 식으로 말도 안되는 걸로 번역을 해 놓아 도무지 성이 안 차서 직접 번역을 한 번 해 볼까 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내 짧은 스페인어 실력으로는 접근이 거의 불가능했다.
이에 영어로 번안된 것을 찾아 이 가사를 토대로 아름다운 우리말로 가사를 만들어 보았다.
-Swallow-
Where can it go/ rushed and fatigued/ the swallow
passing by tossed by the wind/ looking so lost/
with nowhere to hide
바람에 스치며 바람에 떠밀려 여기까지 온
몸 하나 누일 곳 없는 길 잃고 지친 저 제비여
네 갈 곳이 어드메뇨
By my bed/ I will put your nest/ until the season passes.
I too, O heaven!/ am lost in this place/ unable to fly
이 겨울을 나도록 내 머리맡에 네 둥지를 만들어 주리라
나 역시 통탄스럽게도 이 곳에서 길 잃고 날 수도 없는
너와 같은 존재로라.
Leave, too/ my beloved homeland,/ that home/that saw my birth./
My life today/ is wandering, anguished/
I cannot/ return home.
나 역시 사랑하는 고향 땅 내가 태어난 나의 집을 떠나
지금은 돌아갈 수 없는 고뇌에 찬 떠돌이 신세
Dearest bird/ beloved pilgrim,/ my heart/ nigh to yours;
remember/ tender swallow,/ remember
my homeland and cry.
참으로 사랑스런 나의 새여 나의 방랑자여
내 가슴으로 너의 가슴 품으리니
기억해 주오 참으로 사랑스런 나의 제비여
기억해 주오 나의 고향 땅을 나의 통곡을
(revised, 2020-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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