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쓰는 한일고대사 출판을 즈음한 칼럼]
한민족의 기원과 대쥬신 3 : 쥬신류어, 까오리류어
한국인들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한국인들을 지칭하는 두 개의 큰 흐름이 있다. 그 하나는 쥬신류어[조선류어(朝鮮類語)]이고 다른 하나는 까오리류어[고려류어(高麗類語)]이다.
쥬신류어는 현대 한국어 한자발음으로 조선(朝鮮 : Cháoxiān), 숙신(肅愼 : Sùshèn), 직신(稷愼 : Jìshèn), 제신(諸申 : Zhūshēn), 식신(息愼 : Xīshèn), 직신(稷愼 : Xīshēn), 여진(女眞 : Nüzhēn), 쥬신(珠申 : Zhushēn) 등이고, 까오리류어(高麗類語)는 콜리(忽里 : Khori), 고려(高麗), 고리(槁離), 고리(槀離), 고리(高離), 고리국(藁離國), 탁리(槖離), 삭리(索離), 고려(高麗), 구려(句麗), 고구려(高句麗) 등이다. 쥬신류어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석을 한 바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까오리 류어들을 정리한다.
코리어(까우리 : Korea)에 대한 많은 말들은 초기에는 고리(槁離), 고리(“槀離” :『魏略』), 고리(高離(『三國志』), 고리국(藁離國), 탁리(槖離), 삭리(索離) 등 초기 사료에 나타나는 코리, 홀리(Khori) 또는 까오리는 ‘원(原)코리어(Proto-Korea : ?~3C BC?)’로 정의할 수 있다. 다음으로 현대 한국어 한자발음으로 고구려(高句麗)로 발음하는 고구려(高句麗), 고려(高麗), 구려(句麗) 등은 古코리어(Old-Korea : BC 1C?~668 AD)로, 대조영이 건국한 渤海는 大코리어(Great-Korea : 698~926 AD), 왕건(王建)이 건국한 중세의 高麗는 중세 코리어(Medieval!-Korea : 918~1392 AD)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등장한 용어들은 모두 국제어인 영어로 'Korea' 또는 ‘Corea’로 표기가 가능하다. 이러한 용어들을 까오리 류어[고려류어(高麗類語)]라고 정의한다.
[그림 ④] 코리어(Korea)의 영역 변천
대부분 한국학자들의 논문에서는 高句麗 또는 高麗를 현대 한국어 발음으로 그대로 받아들여 ‘고구려(Goguryeo/ Koguryo)’ 또는 ‘고려(Goryeo/Koryo)’라는 용어로 통일하여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한국 고대사 연구의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다. 왜냐하면 ‘高句麗’라는 용어 자체의 발음이 원래와는 다르게 단순히 ‘고구려’로 번역되면서, 이전에 한국인과 관련된 수많은 까오리류어(槁離, 槀離, 高離, 藁離國, 槖離, 索離)와 무관하게 인식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즉 원래 쥬신을 의미하는 고유어가 있고 그것을 한족(漢族)들이 음차(音借)하여 사용한 용어인 高句麗를 다시 한어(漢語)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한국어로 음독(音讀)함으로써 그 원형(原型)을 찾기가 매우 어려워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 사람들조차도 ‘고려’와 ‘고구려’를 다른 용어로 생각하게끔 되었다. 실제에 있어서 많은 사서에는 고구려(高句麗) 대신 고려(高麗)를 사용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리가 高句麗를 ‘고구려’라고 읽는 것은 현대 한국어의 한자음의 발음대로 읽기 때문이다. 사실로 말하면 고구려(Goguryo)라는 나라는 원래부터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민족 고유의 국가를 까오리에 가깝게 불렀는데 이것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 ‘高句麗’ 또는 ‘高麗’이다. 당시에는 이렇게 쓰면서도 까오리로 불렀을 것이다. 그것을 알 수 있게 하는 기록이 있다. 바로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이다. 이 책에서 고려(高麗)를 까오리(Cauli)로 부르고 있다. 그리고 고려에서 사용된 려(麗)라는 글자는 그 발음이 ‘[리(li)]’로 난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둬야 한다. 이에 대해서 『史記(사기)』(“麗音離” : 券六)『唐書(당서 : 940)』(唐書釋音券弟一 本紀第一),『唐韻(당운)』 또는 明나라 때의 『正字通(정자통 : 1671)』에서 ‘麗’의 발음이 “呂之切” 또는 “力之切”로 리[li]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에도 중국인들은 한국인들을 비하하여 ‘까오리 빵즈’라고 한다. 이와 같이 까오리는 고대에서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말이다. 그러니까 한국식 한자 발음을 지고한 가치로 생각하다보니 그 원래의 이름을 방기하고 나라 이름을 국제적으로 학문적인 미아(迷兒)로 만든 것이다[아마도 명나라의 멸망 이후 조선이 중화가 되었다는 논리 즉 ‘소중화(小中華) 의식’이 나라 전체의 정신을 병들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차라리 高句麗를 앞으로 ‘코리어’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 영어로 한국 고대사관련 논문을 써야하는 경우는 이 부분에 대한 많은 고려가 필요하다. 특히 영어 논문이나 해외의 무료 백과사전 포털사이트(http://en.wikipedia.org) 등에 고구려를 Goguryeo/Koguryo로, 모허[말갈(靺鞨)]를 Malgal[말갈]로, 쉬(허)모[예맥(濊貊)]를 Yemack[예맥]으로 표기하여 웃지 못 할 내용들이 많이 나타난다. 고유명사들은 그 해당되는 사람들의 고유어로 표기해야하는 것이다. 만약 그것이 어렵다면 최대한 그 발음에 가깝게 기록해야 한다. 만약 서울(Seoul)을 한성(Hancheng : 漢城)이라고 하면 잘못된 표현이다. 김운회는 어디를 가든지 김운회이다. 김운회를 ‘긴운까이[일본발음]’ 라든가 ‘진윈후이[중국발음]’라고 하면 안된다. 이런 오류들은 반도의 사학계가 만든 해외 홍보용 고급 국사책에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이런 식의 작업들은 한국사를 해외에 알리기는 고사하고 더욱 모호하게 몰고 간다.
이러다 보니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들 간에도 말이 서로 안 통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즉 모허(Mohe)라고 하면 어느 나라의 역사가라도 이 분야의 전문가라면 모두 알고 그것과 관련하여 조금만 들어도 이 말이 한국인들과 연관되어있다는 것을 쉽게 인식하게 되는데, 전혀 엉뚱하게 ‘말갈(Malgal)’이라고 하니, 한국인을 제외하면 아는 사람이 없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말들과 잘 연결이 안 되는 것이다. 조선(Cháoxiān), 숙신(Sùshèn), 직신(Jìshèn), 제신(Zhūshēn), 여진(Nüzhēn), 쥬신(Zhushēn) 등도 쥬신(Jushin)으로 쉽게 읽을 수 있는데, 이것을 굳이 현대 한국어의 한자발음에 집착을 하니 서로 다르게 들려 민족 원류 전체가 모호하게 된 것이다.
이런 면에서 한국 사학계는 세계화가 가장 안 되었거나 가장 세계화에 무관심한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 코리, 까오리, 콜리(忽里 : Khori)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더욱 심각하다.